골든로즈호 침몰…中 국제협약 무시에 쏟아지는 비난

  • 입력 2007년 5월 13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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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컨테이너선 진셩호 선원들이 충돌 후 침몰하는 한국의 화물선 골든로즈호에 타고 있던 16명 선원에 대한 구조활동을 하지 않고 항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인명안전협약'을 무시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한국 선원들의 절규를 무시한 중국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국가간에 합의한 '약속'을 깬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외교적 절차를 통해 중국선원들의 만행을 철저한 규명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협약 무시, 쏟아지는 비난

해양 전문가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중국 선원들이 한국 선원에 대한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영구 전 한국해양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한국 선박의 조난위치 자동발신장치가 고장 났더라도 진셩호 선원들이 구조 활동을 하고 만약 장비나 인력이 부족하면 바로 중국 당국에 SOS 신호를 넣었더라면 중국정부가 곧바로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7시간이 넘어서야 중국 당국이 알았다면 중국 선박이 이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증거라는 것.

진셩호 선원들은 중국 국내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르면 조난신호를 수신하거나 충돌을 일으킨 선박은 조난선원에 대한 구조의 임무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SOLAS(Safety of Life at Sea)협약과 SAR(Search and Rescue)협약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IMO 가입국이기 때문에 구조 임무를 다하지 않은 선박은 중국 국내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해양경찰청 SAR 협력계 관계자는 "국제인명안전협약인 솔라스(SOLAS)의 조난 사항 임무와 절차에 따르면 사고 해상에서 수색과 인명구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중국 선박은 그런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중국 해사국 수사 담당부서에 진위 여부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뺑소니 가능성 높아"

해양 전문가들은 진셩호 선원들의 행태를 중국선박이 사고의 가해자였음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일종의 '뺑소니'라는 것.

해양경찰청 수색구조과 관계자는 "선박끼리의 해상사고는 육상에서의 자동차 교통사고와 같아 사고발생 뒤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라며 "중국 선박이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채 사고 해역을 빠져 나온 것은 가해선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국 컨테이너선인 진셩호는 골든로즈호의 선체 옆을 강하게 충격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골든로즈호는 코일 5000t의 무거운 짐을 싣고 있어 선체가 바다 속에 사라지는 시간은 채 10분이 안됐을 것이라는게 해경의 추정.

사고 시간은 12일 오전 4시5분. 짙은 안개가 해상이 끼어있고 칠 흙 같은 어둠속에서 한국 선원들은 구명조끼도 입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바다에서는 저체온증으로 인해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도 1시간 이상 생존하기가 어렵다"며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고 발생 시간이 새벽이었고 이제는 사고발생 24시간이 휠씬 지나 생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당국 "보고받고 10분 뒤 한국에 통보"

칭다오(靑島) 총영사관과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당국의 수색 및 구조작업은 늑장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고가 있은 뒤 2시간 35분 뒤 수색작업에 나선 것은 한국의 사고대응 속도로 보면 늦다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산둥(山東)성과 베이징(北京) 중앙 정부에 보고하고 그것이 다시 내려와 구조명령이 떨어지는 데는 2시간 남짓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늑장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한위췬(韓寓群) 성장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선원 수색 및 구조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점과 12일 밤에도 계속 수색 및 구조를 계속한 점을 놓고 볼 때 늑장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진셩호의 보고를 받고 10분 뒤 이를 주중 한국대사관에 통보했다.

또 중국은 오후 2시 15분경엔 사고 현지에 헬기를 보내 수색 및 구조작업을 시작해 구명보트 2정과 파손된 일부 배의 물품을 발견했고 이날 저녁부터는 배와 헬기 등을 모두 동원해 밤새 수색작업을 벌였다.

한국 해경도 골든로즈호 사고 사실을 12일 오후 1시 58분에 부산에 부광해운으로부터 통보받은 뒤 무려 6시간이 지난 오후 8시11분경 외교통상부에 늑장보고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경 관계자는 "부광해운으로부터 사고사실을 통보받은 뒤 침몰여부, 구조 진행상황 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지연됐을 뿐 적극구조를 요청하는 등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해명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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