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지역 첫 고가구 전문 ‘인당박물관’ 문열어

  • 입력 2007년 4월 26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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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구에 깃든 선조들의 장인정신과 숨결을 느껴 보세요.’

대구보건대에 지역 최초의 고가구 전문 박물관인 ‘인당박물관’이 23일 문을 열었다.

대학 측이 98억여 원을 들여 용지 1만2540m²에 지은 아트센터 건물 1, 2층을 최근 고가구 전문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인당박물관은 6개의 전시실, 2개의 수장고, 자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또 박물관 부근에는 8580m² 규모의 조각공원과 잔디광장 등이 조성돼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휴식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1800년대부터 1945년까지 전국에서 제작된 장롱과 궤 등 고가구 203점을 시대별, 지역별로 살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먹감나무로 만든 3층장이 화려한 자태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한제국 말인 1900년대 초 경기지역에서 제작된 3층장(가로 116cm, 높이 172cm, 폭 55cm)은 먹감나무 고유의 무늬결과 색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걸작.

균형미와 순박한 아름다움이 깃든 고가구도 많다. 이 박물관이 소장 중인 ‘밀양궤’(가로 89cm, 높이 69cm, 폭 40cm)도 그중 하나.

이 궤는 1900년대 초 경남 밀양에서 제작된 것으로 무쇠장석 등이 곳곳에 박혀 있어 남성적인 중후함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다락이나 사랑방보다는 안방에서 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에 있는 고가구들은 이 대학 남성희(51·여) 학장이 시아버지인 고 김종옥(대구보건대 설립자) 박사와 함께 25년간 전국을 돌며 모은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서 몇 점 남아 있지 않은 희귀품.

남 학장은 “신혼 때 시아버지께서 허름한 반닫이를 하나 주셨는데 하도 투박하게 생겨 숨겨 놓았더니 이 사실을 안 시아버님이 ‘겉보기가 화려하다고 다 좋은 줄 아느냐. 이게 얼마나 귀한 물건인 줄 아느냐’며 호통을 치셨다”고 말했다.

남 학장은 그 반닫이가 대한제국 말 제주에서 제작된 아주 귀한 고가구인 것을 알고 그때부터 시아버지와 함께 고가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것.

대구보건대는 이 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이곳에서 19세기 이후 1945년까지 옛 여인들이 애용하던 노리개, 장신구, 금속공예품, 도자기, 생활용품 등 350점을 선보이는 ‘옛 공예 컬렉션-탐미와 서정전’을 27일부터 5월 20일까지 연다.

인당박물관 소명숙(50·여) 관장은 “선조들의 생활양식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상설 전시전은 물론 특별 전시전을 수시로 열어 대구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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