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개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5∼1901)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건장한 체격의 하급무사였던 그는 아예 칼 대신 칼집만 차고 다녔단다. 혹여 흥분하여 칼을 휘두를까 스스로 두려워서다.
미국 대학에서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외톨이인 23세의 한국 국적 젊은이였다. 화풀이에 그칠 일도, 흉기를 손에 쥐면 ‘대학살극’으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면 참사를 막기 위한 방법은 간단해 보인다. 도쿠가와가 그랬듯 시민들에게서 무기를 아예 빼앗아 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미국의 ‘기질’상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은 전쟁으로 태어나서 전쟁으로 큰 나라다.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싸우며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영국과 싸워 독립을 얻었으며 1, 2차 세계대전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플라톤은 ‘국가를 큰 글자로 쓰인 인간’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국가의 기질은 서로 통한다는 뜻이다. 안드레아스의 ‘전쟁중독’에 따르면 미국이 군대에 들이는 돈은 세계 전체 군사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만큼 국가 경제에서 군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미국 정치자금의 큰 부분은 국방산업체에서 나오고, 주요 언론사의 대주주 또한 이네들 차지다. 한마디로 미국은 ‘전쟁 체질’인 나라다. 나라가 이런 모양새이니 무기 소유를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수정헌법 제2조도 별로 희한해 보이지 않는다.
총 맞아 죽을 일이 벼락 맞을 확률만큼이나 낮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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