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챙겨주는 과보호 엄마, 외톨이 아이 만듭니다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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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또래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게 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 줘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녀가 또래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게 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 줘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또래와 못 어울리는 아이… 어쩌죠?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은 비록 문화나 환경이 다른 곳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초등생 시절에 올바른 자녀교육이나 또래관계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줬다. 이제 막 부모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 타인과의 만남을 넓혀 가는 초등생에게 친구란 존재는 인간관계의 중심이다. 또래집단은 아이들에게 우정과 기쁨은 물론 정서적 지원과 이해를 제공해 준다. 또 어린 시절의 또래집단 형성은 성인기의 사회적 집단형성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아이의 정신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의 또래관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무관심도 건강한 또래관계 해쳐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그 원인이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또래관계의 기본은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에 있다. 따라서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시기에 부모에게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거나 대리 양육자에 의해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공감 능력이나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과잉보호도 문제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또래관계에서도 소극적이고 위축된 행동을 보이기가 쉽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강조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남이 모든 것을 다 해 주는 분위기에서 자랄 확률이 많다. 남이 무엇이든 해 주는 것을 바라고 의존하는 태도가 몸에 밸 가능성이 크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친구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파괴적 행동을 하는 등의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에도 친구관계에서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표현을 어려워하며, 부모에게서 인정받는 경험을 갖지 못해 실수를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 역시 잘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칭찬-꾸중 이유 분명히… 타인에 대한 이해심 키워

매사에 아이가 긍정적이고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잘했을 땐 아낌없는 칭찬을 해 준다. 칭찬은 그 순간 곧바로 하는 것이 효과를 크게 할 수 있다. 평소 바람직한 행동을 길러 주면 또래 사이에서도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떼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더라도 한 번 안 된다고 한 일은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것이 좋다. ‘이번 한 번만’하고 요구를 들어 주면 아이는 또래관계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해 문제를 일으키고, 종종 이것이 싸움의 원인이 된다.

아이를 존중하고 설득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행동에 대해 칭찬하거나 지적할 때는 왜 그런지,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줘야 한다. 아이도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부모의 판단을 접고 아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 타인의 행동과 형편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또래관계 이상징후땐 지체없이 전문가 상담을

스스로 하게 해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도 좋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주고 격려해 준다. 가족의 의사 결정에도 참여시켜 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면 아이는 더욱 자신감을 갖고 또래관계에 임하게 된다.

듣는 방법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의 통로가 열려 있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갖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자기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거나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면 또래관계도 원만할 수 있다.

자녀가 또래는 물론 부모와의 관계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시적인 문제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남에게 드러내놓고 싶지 않아 쉬쉬하다가 더 악화되면 치유 방법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오혜영 한국청소년상담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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