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美도 입시지옥’ 실상 알고 떠나야”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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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유학을 떠났다가 자진 귀국한 대전 둔산여고 3학년 김예현 양은 무작정 떠나는 조기유학은 성공하기 어려운 만큼 영어실력을 쌓은 뒤 떠나라고 조언했다.
조기 유학을 떠났다가 자진 귀국한 대전 둔산여고 3학년 김예현 양은 무작정 떠나는 조기유학은 성공하기 어려운 만큼 영어실력을 쌓은 뒤 떠나라고 조언했다.
조기 유학 갔다 자진 귀국한 김예현 양

대전 둔산여고 3학년 김예현(19) 양은 중3 여름방학 때인 2003년 한국을 떠나 그해 9월 미국 뉴저지 주의 프린스턴고교에 입학해 1년 반가량 다니다가 한국 교육을 받고 싶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했다.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귀국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수학과 과학은 심화반 수업을 듣고, 영어도 외국인을 위한 과정(ESL)이 아니라 정규반에서 공부하고 전 과목 A학점을 받은 우등생이었다.

귀국해서도 현재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는 김 양이 최근 ‘미 명문고 굿바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랜덤하우스)’란 책을 냈다. 자신이 경험한 미국 학교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 조기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 책을 펴낸 이유다.

○ 미국 공부 만만치 않다

그는 미국 가면 입시지옥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이비리그에 가려는 아이들은 밤을 꼬박 새면서 숙제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미국에서 공부한 것만큼 한국에서 공부하면 겁날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고교는 숙제가 많은 데다 유학생은 영어가 서툴러 오전 3∼4시를 훌쩍 넘긴 날도 많았다. 1주일에 10시간밖에 못 잔 적도 있다는 것.

“대학과목선이수제(AP) 과목 등 미국 학교의 심화반 수업은 수준이 상당하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대부분 우수해요. 밤 새워 공부할 수 있는 체력도 중요합니다.”

그는 미국 고교에서 육상부와 농구팀에서 활동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귀국한 뒤에도 힘든 일이 생기면 5km가량을 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 영어는 준비하고 가라

그는 미국 가면 저절로 영어가 늘 거라고 착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저도 처음엔 ESL반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정규 영어반 수업을 듣게 됐는데 ESL과 정규 영어반 수업은 내용과 학습량에서 비교가 안 돼요. ESL 정도의 영어 실력은 쌓고 떠나야 합니다.”

그는 쉬운 소설책을 시작으로 책 읽기, 영화 보기로 영어공부를 했다. 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영어일기를 썼고, 좋은 에세이를 베껴 쓰면서 영어식 글쓰기 스타일을 익혔다.

“누구에게나 먼저 말을 걸 줄 아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특히 조기유학생 가운데 쓰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 목적을 분명히 한 뒤 조기유학을 떠나라

성공적인 조기유학을 위해서는 ‘왜 유학을 가는지’에 대한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그곳 환경을 충분히 조사, 연구해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며 “한국 공부가 힘들거나, 남들이 가니깐 간다는 유학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비싼 등록금도 국내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명문 사립고교인 경우 학비가 연간 3만5000달러, 생활비, 방학이나 미국 명절 때 귀국하는데 드는 비행기삯 등을 합치면 1년에 6만∼7만 달러는 든다는 것.

그러나 문학 철학 등의 인문계열보다는 수학 과학 등 자연계열이나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지다면 미국 교육이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내적 자신감 및 자신만의 특기도 유학 가기 전에 준비해 두면 좋다.

“영어가 서툴기 때문에 다른 특기가 있으면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돼요. 나는 종이학 접기, 스케치, 수학 실력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끌었어요. 미국 학교에선 공부가 아니라도 학생이 잘하는 것이 있으면 높이 평가해 줍니다.”

김 양은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 성조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나는 누구인가’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했다”며 “한국 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미국사를 공부하는 것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재의 고3 생활에 만족한다는 그는 국내 대학 법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기 유학을 가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맹목적으로 유학에 집착하지 말고 알고 떠나라는 것이죠. 그래야 자신의 미래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조기유학, 이것만은 알고 떠나라▼

① 폭력은 절대 금물. 교사와 상담하라

학생끼리 해결하지 말고 바로 교사에게 알리고 상담해야 한다.

② 장난이라도 신체 접촉은 삼가라

장난으로 치마를 들추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③ 인종 및 장애인 차별을 조심하라

다양한 인종이 사는 만큼 인종 차별 등 금기하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

④ 용돈을 너무 많이 주지 마라

큰 돈이나 카드를 갖고 다니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현지 학생 수준에 맞춰 주면 된다.

⑤ 아프면 등교하지 말고 쉬어라

외국 학교는 아픈 학생이 등교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로 병결 보고를 하면 된다.

자료: YBM 조기유학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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