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업 위기 인정한 민노총 ‘행동하는 변화’를

  • 입력 2007년 4월 19일 00시 52분


코멘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3년 안에 제조업, 특히 자동차 업계는 기업 실적이나 고용 측면에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지역 공장들을 돌아보며 “앞으로 현장 여론과 다른 중앙 차원의 파업은 자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붉은 머리띠’와 ‘총파업 투쟁’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민주노총 위원장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한편으로 의아하면서도 참으로 반갑다.

이 위원장은 그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심각하고 구조조정도 만만치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기업에는 해외투자를 삼가 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제조업 위기 인식은 매우 늦었다. 한국의 강성노조와 생산성을 웃도는 높은 임금 때문에 제조업의 해외 탈출 러시가 많이 진행됐고 외자(外資)도 발길을 돌렸다. 제조업 공동화를 재촉한 큰 책임이 있는 민주노총이 한국에서 제조업을 살려 내려면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할 때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동단체가 아니라 사회변혁운동 단체처럼 보인 적이 많았다. 작년에만 7차례의 총파업과 70여 차례의 결의대회, 민중대회 등을 벌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총파업을 하는가 하면 노사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는 반미반전(反美反戰)에 자주통일 구호를 외쳤다. 대다수 근로자의 복지나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실업청년들과는 동떨어진 운동이었다.

민주노총은 지금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마저 어려운 위기에 몰려 있다. 노조 조직률은 세계 최하위인데 대기업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가 줄을 잇는다. 코오롱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무파업 선언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일자리 확충에 목표를 두고 저만치 앞서 간다.

올해 2월 이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민주노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미덥지 못한 대목도 있다. 그는 한미 FTA 비준 저지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대를 잘못 읽는 운동은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