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개인정보 술술 샌다

  • 입력 2007년 4월 17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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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초등학교 1학년 2반 4번 남자 김○○ 보호자 김○○'

서울 강남 소재 A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 신입생의 개인정보 내용이다.

교육 당국은 학교 이름과 학년, 반, 번호가 함께 공개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매번 이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김○○이 ○○학교 ○학년 ○반에 다니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어린이 유괴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개인정보 보안의식의 부재 탓으로 홈페이지 등에 이런 정보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17일 서울 강남학군(강남·서초) 소재 초등학교 50곳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무려 20곳에서 학기 초 '반 편성' 내용을 공개하면서 신입생들의 개인정보를 드러냈다.

학교에 따라 학교 이름 외에 이름과 반·번호만을 기재한 곳도 있지만 일부 학교는 학부모의 이름까지 함께 올려놨고 각 학급의 단체사진(초상)을 첨부한 곳도 있었다.

나머지 30개 학교 중에는 개인정보를 올리지 않거나 올리더라도 '로그인' 장치를 마련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일반 학사일정 과정에서도 정보 부재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B(37) 씨는 "아이가 학기 초에 비상연락망이라고 가져왔는데 같은 반 학부모들의 연락처가 모두 나와 있었다"며 "혹시라도 외부로 유출돼 악용되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시내 한 고교가 신입생들에게 부모의 직업과 회사명, 직책, 동산ㆍ부동산 소유금액 및 월 소득액 등 재산내용까지 기재하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배포했다가 인권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지적을 받고 수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졸업앨범 제작 후 개인정보가 가끔 출돼 앨범제작 완료 후 관련 학생정보 자료가 파기됐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도록 시교육청이 지시하는 실정이다.

일선 학교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학생자료가 개인정보라는 인식이 부족해 교육적 목적이라면 학생 자료를 재량껏 처리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행정정보기획담당 이상철 사무관은 "일선 학교에 한해에도 수차례 개인정보 보호 강화방안에 관한 공문을 내려보내지만 오히려 '왜 그런 게 개인정보 유출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직접 피해를 보기 전에는 고치려 들지 않아 문제다"라고 한탄했다.

일선 학교에서도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05년 초·중등교육법에는 학생 관련 자료 제공과 관련해 제3자 제공 규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신설했지만 아직까지 적용된 사례는 없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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