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인구 줄어도 공무원은 늘었다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섬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은 경북 영양군. 지난해 총주민은 1만9697명이었다. 1974년만 해도 주민이 7만 명에 육박했지만 너도나도 살기 힘든 농촌을 떠나 32년 만에 주민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1970년대 300여 명이던 영양군의 공무원은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에는 488명으로 증가했다. 2003년 이후 3년 동안만 무려 77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주민은 1177명이 줄었다.

인구는 줄고 공무원만 늘어나자 영양군은 이달부터 ‘3·1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공무원이 1인당 1년 동안 1가구를 군으로 전입시켜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시작했다. 부산시의 경우도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인구는 1만644명이 줄었지만 16개 구군을 포함한 부산시 전체 공무원 정원은 해마다 계속 증가해 지난해까지 5년 동안에만 1932명이 늘어났다.

2001년 이후 매년 주민이 줄고 있는 강원과 전남도의 경우도 2001년 이후 5년 동안 주민은 4만1232명과 14만9224명이 줄었지만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정원은 각각 1915명과 1465명이 늘어났다.

▽인구 증가율의 5배가 넘는 공무원 증가율=전국 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대규모로 감소했다. 1998년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정원의 20% 가까운 3만5100명을 줄인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1년까지 계속 감소했다.

그러나 2002년을 기점으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원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1년 24만2797명이던 정원이 2006년에는 27만9826명으로 전국적으로 3만7029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인구는 2.8% 증가한 반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원은 5배가 넘는 15.3%가 늘어난 것.

또 해마다 평균 7400여 명이 증가해 이 같은 추세라면 2년 후에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의 정원 29만1673명을 넘어서게 된다.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이 같은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는 공무원 정원을 늘리려면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행자부가 자치단체별로 제시한 임금 총액 한도 내에서 자치단체가 정원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체감 행정서비스 수준은 그대로=자치단체 공무원 증가에 대해 행자부와 자치단체들은 주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복지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등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울산시 관계자는 “(1997년에 비해 지난해 공무원이 576명 늘어난 것은)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경남도에서 소방공무원 배정을 적게 받아 소방공무원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증원된 공무원 가운데 70%는 소방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에 따르면 2002년 이후 2006년까지 자치구를 포함해 늘어난 울산시 공무원 정원 661명 중 소방직 공무원은 141명으로 21.3%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사회복지직 공무원 정원은 2002년에서 2006년까지 4년 동안 1259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소방직 공무원 정원은 4902명이 증가했다.

두 직종의 공무원 정원 증가를 합쳐도 같은 기간에 늘어난 전체 자치단체 공무원 정원 3만1685명의 19.4%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자치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체감 행정서비스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영양=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