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허리’가 부실해졌다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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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사회硏 보고서

지난 10년간 중산층이 크게 줄어든 대신 상·하류층의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빈곤층은 이 기간에 2배나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계청의 가구 소비실태 및 가계조사 자료와 자체 조사한 국민생활실태조사자료 등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의 ‘사회 양극화의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보고서’를 18일 발표했다.

▽허리 계층 줄었다=이 보고서는 사회계층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DC)의 분류 방식에 따라 상류층 중간층 중하층 빈곤층 등 4개 계층으로 분류했다. 사회의 평균 소득을 100%로 했을 때 150% 이상은 상류층, 70∼150% 미만은 중간층, 50∼70% 미만은 중하층, 50% 미만은 빈곤층으로 분류했다. 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중산층은 대략 중간층에 해당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층의 비율은 1996년 55.5%에서 지난해 상반기 43.7%로 급감했다. 수치로는 11.8%포인트 차가 나지만 감소율은 21.3%여서 10명 중 2명 이상이 중간층에서 이탈한 셈이다. 중하층도 같은 기간에 13.2%에서 11%로 줄었다.

반면 빈곤층은 11.2%에서 20.1%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상류층도 20.1%에서 25.3%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중간층이 빈곤층과 상류층으로 이동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 2004년 이후 계층 간 이동 비율 조사에서 아래 계층보다는 위 계층으로 올라간 가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04년에는 상승비율이 0.1%포인트, 2004∼2005년에는 하락비율이 0.6%포인트, 2005∼2006년에는 상승비율이 7.7%포인트 컸다.

계층이 상승한 가구는 가구원 수가 많거나 취업 가구원의 비율이나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 반면 중간 연령층에 비해 고연령층이나 저연령층에서 계층 하락 비율이 높았다.

가구주의 종사 업종을 살펴보면 건설업과 도·소매업, 부동산임대업, 서비스업 등이 제조업보다 아래 계층으로 내려갈 확률이 높았다. 특히 부동산임대업과 건설업은 제조업에 비해 하락 확률이 두 배 이상이었다.

가구주가 여성인 경우 소득 변동이 심해 상승 또는 하락 가능성이 남성 가구주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상류층은 소득 껑충=소득분배의 불평등은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의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 계층을 10% 단위로 나눴을 때 하위 50%는 소득 및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으나 상위 50%는 점유율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빈곤이 심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빈곤층 이외의 계층에서도 소득분배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중산층의 가구 비중, 소득 및 소비지출 점유율 등을 종합해 보면 축소된 중산층은 가구 비중에서 빈곤층으로 편입된 비율이 높았다. 게다가 중간층의 소득 점유율은 1996년 51.6%에서 지난해 40.7%로 줄어든 반면 상류층의 점유율은 37.9%에서 48.8%로 늘었다.

상류층의 비율은 10년간 5.2%포인트 늘어난 반면 이들의 소득 점유율은 10.9%포인트 증가했다. 계층 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산층은 상향 이동하기보다는 하향 이동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의료 및 주택 양극화도 심화=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건강 상태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과 2001년, 2005년 등 세 차례 조사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초로 소득별 건강수준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10% 계층에서 건강이 양호한 비율은 22.1%로 전체 평균 46.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수치를 1998년 34.7%, 2001년 29.7%와 비교하면 하위 계층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 대비 의료비 부담률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하위 10% 계층의 의료비 비중은 2001년 평균 소득의 9.17%에서 2005년 17.9%로 두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반면 상위 10%는 같은 기간 3.7%에서 4.6%로 증가했을 뿐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주택 양극화도 심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 소유 비율은 빈곤층이 51%, 중하위층이 49.1%, 중간층이 57.2%, 상류층은 65.2%였다. 주택 자산은 하위 소득 10% 계층이 평균 4630만 원, 상위 소득 10% 계층은 10배에 육박하는 4억2350만 원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욱 공공부조팀장은 “상당수 사람이 빈곤의 위험에 놓여 있어 중산층과 중하층의 빈곤화를 막고 계층의 상향 이동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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