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민감한 폴리페서들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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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진영에서 남북문제와 관련한 정책 분야를 맡은 A 교수는 최근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김 전 의장의 보좌진에 전했다.

지난해 수도권 한 사립대에 자리를 잡은 신임 교수인 A 씨는 “교수된 지 1년 만에 정치에 신경을 쓴다는 교수 사회의 시선이 따갑다”고 말했다는 것.

최근 언론에 한 대선주자 캠프에 정책자문을 한 것으로 소개된 서울의 한 대학 B 교수는 “자문단에 이름을 올려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너무 황당하다. 다시는 언급되고 싶지 않다”며 “나를 (캠프에) 소개한 사람에게도 ‘내가 이 일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과는 전혀 다른 교수들도 있다.

최근 한 대선주자 캠프가 전국 각 지역에 구성한 포럼에 참여한 C 교수는 신문사로 항의 전화를 해 왔다. 그는 교수 및 변호사로 구성된 그 포럼의 대표로 다른 교수의 이름이 나갔는데 사실 자신이 공동대표이자 실질적 대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름이 빠지니까 주위에서 ‘정말 그 후보를 위해 일하는 거 맞느냐’고들 한다”며 “이름을 다시 넣어 줄 수 있겠느냐”고 요구했다. 그에게 “캠프에서 준 자료를 근거로 보도했다. 대선 캠프에 당신의 주장을 전달해 주겠다’고 하자 “그럼 됐다”며 발을 뺐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 입지도 약하고 학문적 성과나 연구수준도 미약한 교수들 중에 자신을 핵심 학자로 신문에 내 달라고 공보팀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나 여당에 몸담은 교수들을 ‘어용교수’로 매도하던 대학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도 이들이 언론에 이름 한 줄 내려고 몸이 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각 대선 캠프도 자문 교수들의 학술적 업적이나 캠프 기여도와 상관없이 각 대학의 대표격 교수를 언론에 보도할 때 전진 배치하기도 한다. 캠프에 중량급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한편 특정 학교 출신의 교수들이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면 대외 이미지가 손상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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