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네스]<7>가장 오래된 나무 ‘방학동 은행나무’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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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행정구역 안에서 가장 오래된 추정수령 869년인 은행나무. 도봉구 방학4동 연산군묘 인근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돼 있으며, 아직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서울시 행정구역 안에서 가장 오래된 추정수령 869년인 은행나무. 도봉구 방학4동 연산군묘 인근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돼 있으며, 아직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단지 안에는 수백 년간 이곳을 지나간 이들의 이야기와 비추었던 햇살을 겹겹이 입은 고풍스러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높이 25m, 둘레 10.7m인 이 고목(古木)의 추정 수령(樹齡)은 869년. 고려시대인 1138년경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1968년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서울시가 공인한 가장 오래된 나무다. 당시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 앞 향나무와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 사거리 일대 은행나무 세 그루 등도 함께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나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북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는 300여 년 늦은 1513년에 묻힌 연산군묘가 있다.

연산군묘 왼편에는 600년 전부터 파평 윤씨 일가가 모여 살던 원당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했던 ‘원당샘’이라는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고 항상 일정한 수온을 유지해 혹한에도 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8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이 나무가 건강한 것은 우물의 수맥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무에는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불이 난다는 전설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1년 전인 1978년 화재가 났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 연초마다 나무 앞에서 제사를 지내 왔다고 한다. 196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맥이 끊겼던 이 풍습은 약 10년 전 동네 주민들이 제사를 부활시키면서 되살아났다. 매년 정월 대보름마다 경로잔치를 겸해 동네잔치 성격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나무의 상태는 ‘양호’. 산림청에서는 나무를 매우 양호, 양호, 보통 ,불량, 매우 불량 등 5가지로 분류하는데, 이 나무는 최고령 할아버지인 데 비해 건강상태는 좋은 편이다.

이 나무가 원래 건강했던 건 아니다. 왼편에 들어선 신동아 아파트와 오른편의 빌라에 막혀 뿌리와 가지를 뻗지 못해 한때 나무의 색깔이 변했다.

그러자 1995년 주민들이 ‘은행나무의 주변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빌라 한 동을 철거하고 지지대로 힘없는 가지를 군데군데 받치는 동시에 병충해로 썩어 들어간 부분을 잘라내는 외과 수술을 4차례나 한 결과 생육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도봉구 관계자는 “최근 사들인 빌라 두 동을 곧 철거할 예정”이라며 “나무 주변 환경을 개선해 최고령 나무의 명맥을 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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