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엇나간 새마을운동 ‘원조’ 논쟁

  • 입력 2007년 3월 8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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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와 청도군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포항시는 7일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포항시 북구 기계면 문성마을을 알리기 위해 29억 원을 들여 새마을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전용 홈페이지를 만드는 한편 홍보 책자를 제작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포하고 있다.

포항시는 1971년 9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의 시장과 군수 등이 모인 자리에서 “문성리와 같은 마을을 만들어라”고 지시했다는 데서 발상지의 근거를 찾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고 자부해 온 청도군은 ‘눈을 흘기고’ 있다. 청도읍 신도1리가 30년 이상 발상지로 공인되다시피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청도군은 1983년 신도마을 안에 새마을운동 발상지 표지석을 세웠으며 올해 말 준공 예정으로 36억 원을 들인 새마을기념관을 건립하고 있다.

청도군 측은 1970년 4월 당시 박 대통령이 전국지방장관회의 때 청도 신도마을을 본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근거로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판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경북도 새마을봉사과 관계자는 “입으로 전해 오는 이야기는 있지만 사료(史料)를 통해 확실하게 고증된 발상지는 없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홈페이지에는 새마을운동을 ‘우리 모두 더불어 잘살기 위한 운동’으로 규정할 뿐 발상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치적 관련성과는 별도로 새마을운동은 농어촌 개발운동에서 시작돼 근대화의 추진력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운동은 국내외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구시대의 유산’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발상지를 성역화하면서 수십억 원을 쏟아 붓는 것이 과연 ‘가난을 몰아내고 잘살아보자’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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