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원]꿈꾸던 제2인생 그 길을 찾았다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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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원’ 특집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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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할 긴 다큐멘터리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결말에 나올 행복을 위해 많은 선택을 한다.

시련은 극적인 재미를 더하는 요소일 뿐이다.

배움은 다큐멘터리의 어느 부분에 끼어 있어도 주인공을 행복하게 만드는 장치다. 미래를 위한 준비이자 그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장선호(26) 이경자(46) 이성안(60) 경윤애(60) 씨. 나이 차이가 있고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평생교육(건국대 논술지도사 과정)이라는 선택으로 만났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새로운 직업과 보람, 봉사활동이 그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 원고지

글을 써 본 사람은 안다. 하루 종일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때가 있다는 것을. 세상사가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장 씨의 2006년이 그랬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1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비록 시험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열정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새 활로를 찾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평생교육기관에서 배운다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실력으로 검증받는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논술학원의 난립으로 논술교사들의 자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실력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실력으로 검증받을 것이다.”

1985년 결혼 당시 이경자 씨는 중학교 교사였다. 교편 생활 중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아이에게는 엄마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1990년 육아를 위해 교사생활을 접었다. 전념해서 키운 아이들이 이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잔손길이 필요 없어진 어느 날, 딸이 말했다. “우리 반 친구 엄마는 선생님이래. 걔는 참 좋겠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논술지도사 과정은 글자 그대로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 아이들에게 직접 논술을 가르칠 수 있고, 교사 이후 끊어진 자신의 경력을 잇는다는 장점이 있다.

예상보다 힘든 퇴직 후의 생활은 시련이 된다. 이성안 씨는 일본 회사의 서울 연락사무소장으로 일하다 2004년에 그만뒀다. “수입이 없는 가장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경 씨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시간강사로 활동 중이다. 초등학생들에게 논술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냈다.

○ 즐거움

‘와! 대학 건물이다. 내가 대학 캠퍼스에서 다시 공부를 하게 되다니…. 상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경자 씨는 등교하던 순간의 기쁨을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공백기간이 길었던 탓에 두려움도 컸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논술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독서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여러 가지 체험에서 글감을 뽑아내는 솜씨도 좋아졌다.

“힘들게 산에 올랐다가 하산하면서 느끼는 희열과 뿌듯함이라할까? 다시 젊어진 듯 생기가 생겼다. 주변 사람들이 뭔가 보기 좋게 변했다고 말해줘서 더 기쁘다.”

경 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미처 몰랐던 것을 깨치게 되는데,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큰 행복”이라고 또렷하게 말한다.

수업 중에는 벅찬 감동까지 느낀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교수법을 찾았을 때다.

‘맞아, 이렇게 가르치면 애들이 재미있어할 텐데. 배우러 오길 정말 잘했어.’

이성안 씨는 수업 시간에 ‘아이스케∼키’ ‘찹쌀떠∼억’ 소리를 구성지게 외쳐야 했다. 체험을 통해 글감을 찾는 것을 강조하는 담당교수의 방침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노래와 판소리도 따라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수업에 적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나도 이 나이에 아직 배울 수 있구나!’ 하는 기쁨을 느꼈다.”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이상해 보이는 수업방식을 용케도 견뎌낸 자신을 재발견한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울 때는 누군가에게 등을 떼밀려 책상에 앉지만 지금은 자신이 직접 교실로 간다. 공부의 기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던가. ‘논술 남녀’ 4인은 논술지도사 과정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이경자 씨는 또래 모임에서 느끼는 재미가 예전 같지 않다. 또래 모임에서 먹고 놀다 집에 오면 괜한 공허감에 빠진다. 대신 평생교육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귀가하는 날은 하루가 더없이 값지게 느껴진다.

집에서 맥없이 TV를 보는 시간은 없어졌다. 흘러가는 시간이 귀하고 아깝기만 하다. 책 읽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삶의 기쁨이 됐다. 글감을 채집하는 재미를 안 것이다.

“신문을 보면서도 좋은 문장과 표현을 찾는다. TV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집으니 아이들도 따라 한다. 논술 지식은 새 인생의 나침반이 됐다.”

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눌 때도, 신문을 보고 의견을 교환할 때도 토론과 논리적인 사고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한다.

장선호 씨는 논술을 배우면서 일 처리의 능률이 오를 것을 직감하고 있다. 말이나 글을 접하면 우선 그 근거가 타당한지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때도 마찬가지다. 논리적인 생각의 꼬리는 창의적인 생각과도 닿아 있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는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경윤애 씨는 치매 걱정을 잊었다.

“책을 정독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남의 글을 읽은 뒤 체계적인 비판도 할 수 있게 됐다. 머릿속 회전이 빨라져 치매는 발도 못 붙일 것 같다.”

이성안 씨는 처음에는 ‘논술지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떤 문제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해 그 결과를 표현하는 논술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논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 같은 분이 있다는 것을 첫 강의를 듣고 알게 됐다.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 일기·기행문 쓰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논술지도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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