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재 참사 인재 가능성

  • 입력 2007년 2월 11일 19시 34분


코멘트
사망 9명, 부상 18명 등 27명의 인명 피해를 낸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는 또 하나의 인재(人災)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은 화재 발생에서 초기 진화, 구조, 피해자 신원파악까지 전 과정에서 허술한 관리와 대응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방화 가능성 '무게' …격리수용 등 미흡

경찰은 이번 화재가 방화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화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명식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중국인이 화재 전날 밤부터 3~4차례 화장지에 물을 묻혀 CC(폐쇄회로)TV 카메라에 붙이려다 제지당했으며 불이 나기 직전에도 카메라를 가린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김씨의 방화로 드러날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심상치 않은 보호인의 행동에 이어진 '예고된 참사'에도 격리수용 조치 등 적절히 대응치 못한 비난을 피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초기대응 '허술'

화재를 목격한 근무자들은 3개의 소화기를 들고 초기진화를 시도했으나 보호실 앞에 설치된 철창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아 접근하지 못했다.

이들이 2층 상황실로 내려가 열쇠를 들고 다시 올라온 순간 불은 이미 번져 바닥의 우레탄 매트 등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를 마신 보호인들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불이 난 시간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직원 4명, 경비대원 5명 등 총 9명이 보호 외국인 55명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다수의 외국인을 관리해야 하는 직원 중 상당수는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신속한 초기대응은 애초 기대하기 힘들었다.

◇사고수습 '허둥지둥'

사망자 수는 9명에서 10명으로 갈팡질팡한 끝에 오후 4시 현재 9명인 것으로 정리됐으며 사망자 신원도 오후 3시께에야 모두 확인됐다.

이처럼 확인이 더뎠던 것은 사망자들의 얼굴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음에도 사진 등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이 곳에 수용된 외국인의 경우 보관 물품 대장을 작성하면서 지문을 날인하기도 했지만 지문 날인이 강제조항이 아니라 서명으로 대처한 경우도 있어 신원 파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씁쓸한 공과 논란

가장 기본적인 소방 시설인 화재경보기가 울렸는지 여부를 두고 난데없는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날 오전 발생보고서를 내고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으나 작동이 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119 측은 "진화된 뒤 까지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릴 만큼 경보기는 문제가 없었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과 논란은 구조 과정을 놓고도 재연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상황실에서 가져 온 열쇠로 3층 입구와 가까운 301호 보호실에 있던 외국인 부터 차례로 구조했다"고 주장한 반면 119 측은 "119가 문을 열어줬다"는 한 생존자의 증언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