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한국판 CSI “범인 100% 검거에 도전”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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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계 직원들이 지문과 족적을 확인하는 가변광원장비(SL350)를 이용해 지문을 확인하고 있다.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에 소속된 224명의 현장요원은 살인사건 등이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증거를 보존한다. 김재명 기자
과학수사계 직원들이 지문과 족적을 확인하는 가변광원장비(SL350)를 이용해 지문을 확인하고 있다.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에 소속된 224명의 현장요원은 살인사건 등이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증거를 보존한다. 김재명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에서 전문 감식 요원이 사건의 증거가 되는 지문을 드러내는 지문현출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에서 전문 감식 요원이 사건의 증거가 되는 지문을 드러내는 지문현출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1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서울지방경찰청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Police Crime Lab) 입구 벽에 쓰인 문구다.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이 소속된 과학수사계의 박영일 팀장은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범죄들은 ‘접촉’에서 시작하고 ‘접촉’에서 끝납니다. 접촉은 흔적을 남기죠”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충남 천안시의 원룸 주민 살해사건 범인들이 한 달 전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발생한 강도살해사건 범인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범행 현장에 남은 족적과 포도씨 두 알에 남은 흔적, 그리고 첨단 수사 장비 덕분이었다.

▽‘접촉’이 열쇠다=10월 노원구 카페 사건 현장에서 경찰은 지문을 채취할 수 없었다. 남은 것은 범인들이 먹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씨 두 알과 포도껍질, 그리고 족적. 경찰은 포도씨가 더는 마모되지 않도록 ‘증거물 건조기’로 말린 뒤 DNA 분석을 통해 씨를 뱉은 사람이 ‘두 남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범행 수법이 유사한 천안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이들의 발자국을 ‘족적·윤적(輪跡) 검색시스템’으로 분석하고 DNA를 감정했다. 그 결과 발자국과 DNA가 노원구 살인사건의 범인들의 것과 일치했다.

이 사건 수사에 이용된 증거물 건조기, 족·윤적 검색시스템 등은 모두 한국판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범죄현장 수사대)로 불리는 서울지방경찰청 현장증거분석실에 있다. 이 분석실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총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2종의 첨단 수사장비를 차례로 갖춰 마련한 것.

초동수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찰은 현장 감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사건 발생 직후 법의학자나 의사 등 전문가들이 동행해 현장에 남아 있는 흔적을 예리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감식반 형사 두세 명이 증거물 보관용 봉지를 들고 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물을 가져 와도 분석할 팀이 없어 대부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위탁하는 바람에 국과수 업무가 폭주했다”면서 “국과수는 감정 기일을 못 맞추고 수사도 이에 따라 지체돼 사건 해결이 미궁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된 과학수사=새로 만들어진 분석실에서는 ABO식 혈액 감식기, 디지털 실체 현미경 등 첨단 장비와 더불어 유전, 생명공학, 임상병리학,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증거를 분석해 내는 검시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ABO식 혈액 감식기는 현장에서 수집된 피의 혈액형을 신속히 감식하고 디지털 실체 현미경은 범인이 입고 있던 옷의 섬유 등 미세한 증거물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데 사용된다.

족·윤적 검색시스템은 1만5000개의 국산과 외제 신발 바닥의 무늬가 입력돼 있어 범인이 신었던 신발의 종류를 구분해 낸다.

이 분석실에는 관련 석사급 이상 변사검시관 5명, 범죄심리학 석·박사인 범죄분석관 2명, 전문 감식요원 2명과 현장요원 224명이 일하고 있다.

과학수사계 오익준 팀장은 “범행이 갈수록 지능화됨에 따라 이제는 범인이 남긴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고 분석하는 게 사건 해결의 열쇠”라며 “‘흔적’을 찾고 분석하는 첨단 장비와 전문 인력은 과학수사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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