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담당자들이 보는 조기 유학파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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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사원을 채용할 때 조기 유학자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대체로 “스카우트할 정도로 특별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는 이상 외국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우대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인사담당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대외협력파트 등에서 외국대 출신을 특채했지만 요즘은 지원자들의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라 유학파를 채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인화력과 적응력을 중시하다 보니 외국대 출신이 면접에서 불리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 SAP코리아의 이지은 채용담당자는 “기업이 외국어 능통자는 우대하지만 외국 대학 출신이라고 가산점을 주지는 않는다”면서 “다국적기업은 미국 대학 30위권 출신자에게는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외국대 졸업자들이 어학, 글로벌 마인드,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력, 유연한 사고 등 장점도 많지만 한국의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비리그 등 최상위권 대학 출신은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거나 국내 대기업의 현지 특채나 비공식 통로를 통해 스카우트되기도 하지만 아이비리그 출신도 문이 좁아지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국내파 가운데 영문 작성 능력 등에서 유학파보다 나은 사람도 많다”며 “미국 주립대 이하의 대학을 나온 조기 유학자들은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은 연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국내 기업의 처우 수준에 불만이 많고 더 나은 자리가 생기면 떠나는 ‘잠재적 이직자’로 보는 경향도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넷의 고정욱 사업본부장은 “유학파가 국내 기업에서 인정받으려면 확실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조기 유학자의 증가 추이를 보면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장재혁(서울대 지리학과 4학년), 지형철(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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