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상식의 저항’과 ‘의도 확대의 오류’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코멘트
현대자동차 노조가 또 파업을 했다. 회사가 약속한 150%의 성과급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내막을 듣다 보면 ‘상식의 저항’이 밀려든다. 성과급은 애당초 생산량 목표치를 넘었을 때 주기로 했었단다. 그런데 파업 때문에 차질이 생겼고, 이 때문에 받지 못하게 된 상여금을 받아내기 위해 다시 파업을 한다. 이를 과연 ‘상식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을까? 헷갈린다.

논리학의 ‘의도확대의 오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메커니즘을 잘 설명해 준다. 의도 확대의 오류란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말한다. 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죽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때,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었으므로 운전자는 처음부터 살인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몰아붙이는 억지가 바로 의도확대의 오류다.

어처구니없게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의도확대의 오류는 아주 효과적인 선동기법이다. 나치의 두뇌 괴벨스 박사는 베를린의 당세(黨勢)를 키우기 위해 위험한 이벤트를 많이 벌였다. 최대 위협세력이던 공산당원들이 많은 지역에 나치당원들을 행진시킨 것이다. 당연히 피 흘리는 폭력이 자주 벌어졌을 터다. 싸우는 과정에서 뜨뜻미지근했던 당원들은 어느덧 투철한 신념가로 거듭나곤 했다. 자신이 왜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는지를 고민하다가, 이내 자신이 나치의 이념을 강하게 믿었기에 그랬다는 식으로 정당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의지는 행동을 이끌어내지만, 행동이 의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명분 약한 파업도 마찬가지다. 명분이 약할수록 파업의 ‘약발’은 되레 더 크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조합원만 4만3000명에 달하는 공룡단체다. 많은 사람들의 판단은 좀처럼 그릇될 리 없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파업에 뛰어들었다면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토론이 치열할수록 작지만 노조를 이해하려는 목소리들이 나오게 마련이고, 이는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의심의 해독제’로 쓰이며 점점 그 소리를 키워 나간다. 명분이 있어 파업을 하기보다는, 파업하다 보니 명분이 생각나는 격이다.

그러나 의도확대의 오류는 결국 ‘오류’일 뿐이다. 냉철한 이성만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법이다. 상식은 세월을 통해 검증된 가장 안전하고 수긍할 만한 처신 방법이다. 상식에 바탕을 둔 움직임은 여론의 지지를 쉽게 얻는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파업이 과연 상식에 맞는 일이지, 아니면 오류일 뿐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