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에 도전하는 사람들 “포기 안하면 실패도 없다”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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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막을 내달리는 ‘사막마라톤’으로 극한 도전을 계속해 온 조경일 씨(왼쪽)와 유지성 씨가 ‘최후의 사막레이스’로 불리는 남극마라톤 도전을 위해 서울 남산 산책로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뜨거운 사막을 내달리는 ‘사막마라톤’으로 극한 도전을 계속해 온 조경일 씨(왼쪽)와 유지성 씨가 ‘최후의 사막레이스’로 불리는 남극마라톤 도전을 위해 서울 남산 산책로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2006년 한 해 동안 24시간 달리기, 철인3종 경기, 100km 카누, 100km 스키 크로스컨트리를 모두 통과해 챌린지컵을 완주한 박동식 씨가 철인3종 경기의 하나인 사이클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동식 씨
2006년 한 해 동안 24시간 달리기, 철인3종 경기, 100km 카누, 100km 스키 크로스컨트리를 모두 통과해 챌린지컵을 완주한 박동식 씨가 철인3종 경기의 하나인 사이클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동식 씨
《한 해의 시작. 대부분의 사람은 새해의 소망을 담은 계획을 짜지만 그중에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모험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극한의 경험에 빠져드는 이들의 새해 각오는 어떨까.》

■ 사막마라톤 조경일 씨

“타는 듯한 이집트의 사하라사막, 모래바람이 채찍처럼 파고드는 중국의 고비사막, 소금호수에 허리까지 빠지던 칠레의 아타카마사막을 달렸습니다. 새해 목표는 남극입니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조경일(55·재일교포) 씨에게 사막마라톤은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담금질하는 계기가 됐다.

조 씨는 의류를 일본에 수출하는 개인사업을 했지만 5년 전부터 한국의 인건비와 제품 원가가 올라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자 사업이 어려워졌다.

그러던 중 2004년 5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막마라톤을 알게 됐고, 당시에 이미 사하라와 고비사막을 달렸던 유지성(36·사막마라톤 에이전트) 씨를 만났다.

첫날 조 씨를 한강변으로 데려가 달리는 법을 가르쳐 준 유 씨는 1년간의 운동 일정표를 짜 주며 “이대로만 하면 내년에 사막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약속대로 1년 뒤 두 사람은 함께 고비사막을 달렸고 이후 나이 차를 뛰어넘어 ‘마라톤 동지’가 됐다.

둘은 2년 동안 고비, 사하라, 아타카마사막을 함께 달렸다. 사막마라톤의 적(敵)은 방향감각을 마비시키는 모래바람과 극심한 일교차.

나침반을 보고 앞사람의 자취를 따라 달리지만,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어 닥치면 몇 시간 동안 그 자리에 갇혀 있어야 한다. 유 씨는 “사하라 사막에서는 아침에 누운 상태에서 턱까지 모래가 차오르고 경기 후에도 한 달 동안 귀에서 모래가 나온다”고 말했다. 낮에는 50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져 혹한을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갖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사막을 달리는 것은 육체적 고통을 극복할 때 느끼는 희열 때문이다.

조 씨는 “극한 마라톤은 자기에 대한 도전이자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며 “고비사막을 달릴 때 오른쪽 발에 동전 크기만 한 물집이 두 곳이나 잡히고 발톱까지 빠졌지만 진통제를 먹으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미지의 세계를 달리는 사막마라톤에서 도전정신을 배운 조 씨는 사업을 중국으로 확장해 성공을 거뒀다.

둘의 새해 소망은 딱 하나다. 1월 말 열리는 남극마라톤 완주. ‘최후의 사막 레이스’로 불리는 남극마라톤은 3대 사막마라톤(사하라, 고비, 아타카마)을 완주한 이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인 중에는 아직 완주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

■ 철인 중의 철인 박동식 씨

박동식(40) 씨에게 철인3종 경기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감동의 드라마다.

1995년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로 떠나 8년 동안 전 세계를 떠돌던 박 씨는 여행이 일상이 되어갈 무렵 고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서 본 철인3종 경기를 떠올렸다.

1982년 하와이 대회 여성 참가자인 줄리 모스가 수차례 쓰러지고도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끝내 결승선을 통과하던 순간의 감동을 기억해낸 박 씨는 그날로 동네 헬스클럽과 수영장에 등록했다.

이전까지 정식으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반년 만에 경포대에서 열린 코리아트라이애슬론대회에 출전해 완주했고 2년 만인 지난해 챌린지컵을 완주해 ‘철인 중의 철인’으로 공인받았다.

챌린지컵은 1년 동안 24시간 달리기(봄), 철인3종 경기(여름), 100km 카누(가을), 100km 스키 크로스컨트리(겨울)를 모두 통과해야 완주로 인정받는다. 지금까지 완주자는 박 씨를 포함해 3명뿐.

박 씨는 “결승선에서 끝내 포기하지 않고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는 이들을 보면 아직도 매번 눈물이 난다”며 “그 순간의 감동이 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는 좌우명을 가진 박 씨의 새해 목표는 자전거를 타고 히말라야를 넘는 것이다.

극한의 체험에 도전하는 보통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마라톤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에 열광하고 사막마라톤, 철인3종 경기 같은 ‘극한 스포츠’에 몰두한다.

홍대식(심리학) 성신여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여유가 생길수록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신체적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이가 많아진다”고 분석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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