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전공 변화…‘문사철’ 줄고 ‘법경행’ 늘었다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1분


코멘트
과거에는 학문적 능력과 인품을 갖춘 학자형 총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영·경제·행정학 등 실용학문을 전공한 ‘CEO형 총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실을 통해 1986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단위로 4년제 대학 총장의 전공에 대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인문계열 총장은 1986년 28.4%에서 2006년 24.1%로 줄어든 반면 경영학 경제학 등 사회계열 총장은 35.1%에서 39.8%로 늘었다.

▽경영 능력 중시=경영·경제를 전공한 총장이 1986년엔 6명에 불과했지만 1996년 10명, 2006년에는 16명으로 증가해 사회계열 총장의 수가 늘었다.

현재 고려대 이필상(경영), 서강대 손병두(경영·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총장, 서울시립대 이상범(경영), 연세대 정창영(경제), 인하대 홍승용(전 해양수산부 차관) 총장 등은 모두 경영 또는 경제학과 출신이다.

서울대는 전통적으로 이공계 총장이 많았다. 1986∼2006년 8명의 총장 가운데 조완규(생물) 선우중호(토목공학) 이기준(화학공학) 이장무(기계공학) 총장이 이공계 출신이다.

7월 퇴임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시절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총장이 모두 경영·경제 전공자여서 화제가 됐다.

고려대는 1986∼2006년 총장 6명 가운데 홍일식(국문) 김정배(사학) 총장을 제외하고 이준범 김희집 어윤대 이필상 총장이 모두 경영학 전공자다.

연세대는 초기 ‘CEO 총장’인 송자(경영) 전 총장에 이어 김병수(의학), 김우식(화학공학) 총장 등 전공이 다양한 편이다.

행정학 전공 총장도 최근 들어 대폭 늘었다. 1986년과 1996년 각각 2명에 불과했던 행정 전공자가 올해는 8명이다. 이공계열은 1986년 29.7%에서 1996년 25.2%, 2006년 22.2%로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발전기금 모금 등 총장의 경영 능력이 중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4번째 총장을 연임한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총장은 학문적 기반도 중요하지만 행정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교 운영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물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조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학·예체능 계열도 늘어=1986년 5.4%였던 의약학 전공 총장 수는 1996년 5.5%, 2006년 8.3%로 조금씩 늘어났다.

예체능 총장 수는 1986년엔 한국체육대 한 명뿐이었지만 2006년에는 중앙대 박범훈(작곡) 총장, 홍익대 권명광(시각디자인) 총장, 상명대 서명덕(응용미술) 총장 등 6명이나 된다.

법학 전공자는 1986년 9명, 2006년 11명 등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국민대 세종대 숭실대 영산대 전북대 총장이 법학 전공자다. 국민대는 최근 5명의 총장 가운데 현승일(정치) 총장을 제외하고 정일영 이규석 정성진 김문환 총장이 모두 법학을 전공했다.

교육학 전공자는 1986년 4명, 1996년 7명, 2006년 9명이었다. 사학 전공자는 1986년 5명이었으나 현재는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이 유일하다.

조사 대상은 1986년 74개 대학, 1996년 91개 대학, 2006년 108개 대학으로 전공을 △인문(어문 교육 신학 사학 등) △사회(경제·경영 법학 정치·외교 행정 등) △이공계 △의약학 △예체능계 등 5가지로 분류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