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들이 밝힌 ‘논술 답안 제대로 쓰는 법’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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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는 올해 6월 실시한 모의고사의 채점자 후기를 엮은 ‘2007학년도 통합논술 모의고사 자료집’을 최근 공개했다.

채점자인 고려대 교수들은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로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논술을 작성할 때는 논제에 무조건 충실해야 한다. 채점 기준에는 ‘논제를 무시하거나 논제에서 요구한 것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최하위 점수를 주라’는 항목이 있다.

논제에서 ‘제시문 (다)의 요지를 밝히고, (다)의 관점에서 (나)와 (바)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라’고 답안의 순서를 명시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학원에서 배운 대로 일반적인 논술문의 기-승-전-결의 형식으로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답안에 쓸데없이 제시문을 반복하거나 요약해서도 안 된다. 논제에서 ‘요지를 밝히라’는 것은 글의 핵심을 ‘자신의 글’로 소화해서 압축적으로 표현하라는 뜻이다. 중요한 문장 몇 개를 찾아내 그대로 옮기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채점자들은 “응시생의 70%가 제시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감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시문 간의 중요도를 파악하고 제시문을 활용해 그것을 뛰어 넘는 방안을 찾는 능력도 중요하다.

한 문제에는 보통 3, 4개의 지문이 제시되지만 중요도에 차이가 있다. 어떤 제시문은 일반적인 틀을 제시하고 어떤 제시문은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을 보여 주는 등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술의 발전’이라는 주제 아래 원자력의 위험성을 다룬 제시문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예를 주제로 혼동해서 기술 발전이 아닌 원자력 발전에 대한 내용만 기술한다면 제시문의 역할 파악에 실패한 것이다.

제시문을 심층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황사로 인한 환경파괴의 대책을 논술하라’는 문제에서 제시문 3개가 각각 자연자원에 대한 시장가치 부여, 기술 개발, 국제사회의 협력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면 응시자는 이 방안들을 포괄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한 제시문이 기술한 구체적 해결책인 ‘조림사업을 포함한 생태환경 복원사업’을 그대로 되풀이해 쓰면 감점이다.

현실적 논거 없이 대책만 나열하는 것도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 원고지 사용법, 분량 등의 형식적인 요건을 지키는 것은 ‘기본’인데 이 기본을 모르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논술 출제위원장인 이재훈(중문과) 교수는 “논술에서 구체적인 논제를 제시해 답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수시 논술의 채점이 끝나면 비슷한 형식의 채점후기를 공개해 학생과 교사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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