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10년부터 원하는 고교 지원 가능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코멘트
공청회 관심 집중 7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학교선택권 확대방안 탐색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방안의 내용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신원건 기자
공청회 관심 집중
7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학교선택권 확대방안 탐색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방안의 내용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신원건 기자
■학교 선택권 느는 대신 ‘쏠림현상’ 우려

이르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서울지역 중학생은 자신의 거주지와 상관없이 원하는 고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라졌던 학교선택권을 일부 되살려 현행 학군 운영을 바꾸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후기 일반계 고교 학교선택권 확대방안 탐색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2010년부터 서울지역 중학생이 시내 전 지역의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학교선택권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선택권 확대 방안=이 안에 따르면 졸업을 앞둔 중학생은 1단계로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학군’에서 1, 2지망 학교와 2단계에서 자신의 거주지가 속한 현행 ‘일반학군’에서 1, 2지망 학교 등 모두 4개교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단일학군’에 지원한 학생 가운데 추첨으로 학교별 정원의 30%, ‘일반학군’에 지원한 학생 가운데 역시 추첨으로 학교별 정원의 40%를 배정한다. 나머지 30%는 지망 고교 추첨에서 탈락한 학생을 대상으로 거주지 인근 2개 학군을 묶은 19개 ‘통합학군’별로 교통편과 통학거리를 고려해 추첨으로 배정한다.

단, 도심반경 5km 이내와 용산구 소재 학교를 합친 ‘중부학군’ 37개교는 지원 학생으로 모집정원의 60%까지 채울 수 있게 된다. 이는 도심 공동화(空洞化)로 인한 학교정원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공청회에 이어 초등학교 6학년생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2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평준화 단점 보완=강북 거주 학생이 강남에 배정되는 등 거주지에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어 학교선택권이 늘어난다. 통학거리와 교통편만 고려해 추첨 배정하는 평준화제도에 대한 부분적 보완인 셈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 동국대 박부권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6월 4가지 후보안을 제시한 뒤 모의배정 실험을 거쳐 이날 최종안을 내놓았다.

서울을 제외한 12개 광역단체는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선지원 후추첨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부산은 시 전체 단일학군에서 1곳, 거주지 학군에서 1곳 등 우선순위를 두고 2개교를 지망할 수 있다. 대구는 거주지 소속 학군에서 4개교를 지원하게 해 정원의 40%를 추첨 선발하고 나머지는 통학거리를 고려해 추첨 배정한다.



▽근본적인 해결책 안 돼=박 교수 연구팀의 모의배정 결과에 따르면 선택 기회가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거주지 인근 고교로 진학하길 희망했다.

또 강남지역 학교에 지원한 다른 지역 학생 6757명(강남 외 전체 학생의 7.4%)의 22.7%인 1534명(강남 외 전체 학생의 1.7%)만 강남지역 학교에 배정돼 선택권 확대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2개 학군을 묶는 ‘통합학군’ 내 배정으로 평균 통학거리가 늘어나고 선호 학군에서 비선호 학군으로 배정되는 학생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다른 인접 학군에서 강남 학군으로 배정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초구 거주 학생이 동작구나 관악구로 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준화 제도의 단점을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영재학교 등 다양하게 학교를 늘려 보완하려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 학교에 지원 기회만 준다는 점에서 이 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선택권 확대로 선호·기피 학교가 뚜렷이 드러나 평준화의 틀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의배정에서 2단계 배정을 마친 결과 강남 동작 지역의 몇몇 학교는 충원율이 52%를 넘지 못했다. 이런 학교에 진학한 학생의 상대적 박탈감과 반발도 우려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고교배정 어떻게 이뤄지나

2009년 서울 동작구에 사는 A중학교 3학년생 홍길동 군은 인문계 고교를 지원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홍 군은 12월 초 학교에서 나눠주는 배정지원서에 1단계 1, 2지망학교와 2단계 1, 2지망 학교 등 모두 4학교를 골라 지원하게 된다.

1단계는 서울 전체 지역의 고교가 대상이며 2단계는 자신이 사는 학교군 내 고교가 대상이다. 홍 군은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강남구의 A, B고를 1단계 1, 2지망으로 고르고 동작구의 C, D고를 2단계 1, 2지망으로 선택했다. A고는 1지망한 학생을 추첨해 학교 정원의 30%를 선발한다. 지원자가 적어 30%를 채우지 못하면 2지망으로 A고교를 선택한 학생 가운데 추첨해 충원한다.

홍 군이 A고 추첨에서 탈락하고 B고는 1지망 학생으로 정원의 30%를 채웠다면 2단계 추첨 배정에서 홍 군의 고교가 결정된다. C, D고는 1지망한 학생을 추첨해 정원의 40%를 뽑는다. 이들 고교가 40%를 채우지 못하면 2지망한 학생 가운데 나머지를 채운다.

홍 군이 2단계에서도 탈락하면 강남학교군과 동작학교군을 통합한 ‘통합학교군’ 내 고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받는다. 이 때문에 집 주변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지만 통학거리가 먼 학교를 배정받을 수도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非강남 “기회 확대 긍정적”강남권 “원거리 배정 우려”

서울 지역 학교 선택권 확대 방안에 대해 학부모들은 거주지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비강남권 학부모들은 우수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문호가 열렸다는 점에서 대체로 반겼다. 일부 학부모는 긴 통학 시간을 감수하고 특정 고교를 고를 학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중학생과 초등생 자녀를 둔 백수연(41·서울 노원구 상계동) 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강남 지역 학교에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선택 가능성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강남권 학부모들은 자녀가 집에서 먼 학교에 배정될지 모른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초등 4학년생 아들을 둔 정모(54·강남구 대치동) 씨는 “다른 지역 학생들이 강남 지역에 많이 몰리면 학급당 학생 수가 늘거나 강남 거주자가 먼 지역의 학교로 가게 될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 대책 때문에 강남 지역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가 두드러지게 갈리게 되는 점을 우려해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학교 선택권을 다소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명문대 진학률에 따라 고교가 서열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다양한 고교를 만들어 획일적인 평준화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이금천 정책실장은 “소수의 선호 학교와 다수의 비선호 학교로 갈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모든 학교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