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에 ‘뺨 맞은’ 뉴라이트 교과서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1분


코멘트
난장판 된 심포지엄장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심포지엄에서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 단체 회원들이 단상으로 올라가 포럼 참석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난장판 된 심포지엄장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심포지엄에서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 단체 회원들이 단상으로 올라가 포럼 참석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고등학생용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에서 4·19혁명을 ‘4·19학생운동’으로, 5·16군사정변을 ‘5·16혁명’으로 기술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과서포럼의 심포지엄이 4·19 관련 단체들의 항의 방문으로 중단됐다.

포럼은 지난달 29일 교과서 시안를 공개한 데 이어 학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30일 오후 1시 50분부터 서울대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제6차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4·19민주혁명회, 4·19혁명공로자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회원 30여 명이 심포지엄장에 들어온 것은 오후 2시 20분경.

제1회의의 사회를 맡은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발표자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를 소개하는 순간, 30여 명이 앞문으로 들어와 확성기로 “위대한 4·19혁명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이 중 10여 명이 단상에 뛰어올라 갔다.

단상에 올라간 이들은 책상을 발로 차며 토론자들의 멱살을 잡았고 일부 회원이 뒤에서 의자와 마이크를 던지며 가세했다.

회원들은 포럼 소속 교수들을 에워싸고 “5·16을 혁명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4·19를 학생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소리쳤다. 단상에 오른 10여 명은 사과를 요구하며 토론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유영익 석좌교수, 허동현 경희대 교수, 이영훈 교수 등이 폭행당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한 회원에게 얼굴을 맞은 뒤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4·19민주혁명회 강재식 회장은 단상 아래에서 기자들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4·19는 헌법에 수록된 혁명이며 군사독재정권도 부정하지 않았는데 이를 학생운동으로 폄훼하는 것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포럼 측을 규탄했다.

로비와 건물 주변에 모여 있던 이들까지 합하면 이날 서울대를 항의 방문한 4·19 관련 단체 회원은 모두 80여 명.

이들은 “아침에 신문을 보고 화가 난 회원들이 버스 2대를 빌려서 왔다”고 방문 경위를 설명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교수와 학생들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하나 둘씩 빠져나갔고 주최 측은 결국 2시 40분경 심포지엄을 취소했다. 회원들은 단상에서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한 뒤 3시경 철수했다.

토론자로 참가하려다 무릎에 타박상을 입은 허 교수는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데 아직도 폭력을 동원하는 걸 보면 한국 사회에서 소통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며 비판했다.

한편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주의연대 등 5개 단체는 30일 “일부 소수자의 사견이 조직 방침인 양 유포된 교과서포럼의 시안은 산업화에 대한 지나친 미화와 민주화에 대한 평가절하라는 오류와 편향을 보이고 있다”며 “잘못된 시안 발표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4·19와 5·18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성명을 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