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소비’ 강남 3개區가 주도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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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김길태(31·회사원) 씨는 시간이 날 때면 종로구 대학로에 머문다.

평소 보고 싶었던 뮤지컬과 연극을 하루에 2, 3편 즐기기도 한다.

그는 “매달 월급에서 10만∼20만 원은 문화비용으로 쓴다”며 “최신 공연을 모르면 회사 동료나 친구와 대화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이 전국 16대 도시에서 영화와 뮤지컬, 콘서트 등 각종 문화공연을 즐기는 계층 가운데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지역 주민이 서울 문화공연 예약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보와 문화공연 예매 사이트인 ‘티켓링크(ticketlink.co.kr)’가 공동으로 2003년 7월∼2006년 6월, 3년간 영화 뮤지컬 클래식 연극 등 공연 티켓을 1장 이상 예매한 전국의 문화 소비자 148만 명의 거주지, 선호문화 장르 등을 조사한 결과다. 문화 향유 계층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 즐기기의 양극화 뚜렷=이번 조사에서 3년간 팔린 공연 티켓의 54%는 서울 시민이 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경기 25%, 인천과 대구가 각 4%, 부산과 광주 각 2% 순이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 간의 문화 소비 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생활을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은 강남구(전국의 15%)였고 그 다음이 서초구(10%), 송파구(7%)였다.

반면 중랑 도봉 은평구는 2%, 금천구와 강북구는 각 1%에 머물러 문화소비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티켓링크 마케팅연구소 유경숙 홍보팀장은 “클래식 오페라 등 입장료가 비싼 공연일수록 강남 지역 소비자 의존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문화 향유 계층의 중심은 30대 초반과 여성=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희준(28·여) 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뮤지컬 마니아’인 그는 공연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연말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고등학교 때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기와 노래, 춤은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죠. 늦은 나이에 공연 마케팅 공부를 결심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이번 조사 결과 문화 향유의 성차(性差)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이 64%를 차지해 남성(36%)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대 차이도 컸다. 서울에서 문화생활을 많이 하는 연령대는 30대 초반(26%)과 20대 후반(23.5%)이었다. 이어 30대 후반 18%, 40대 초반 10.5%, 40대 후반 7.5%, 20대 초반 7.5%, 50대 초반 3.5% 등이었다.

연령과 성 지표를 합하면 한국의 문화소비 주류는 20, 30대 여성이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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