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전거 출퇴근 족”…‘차 버리고’ 한강 따라 씽씽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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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사당동 집에서 여의도의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준영 씨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퇴근길에는 토끼굴 대신 우회로인 여의도공원 쪽 길을 택해 한강시민공원에 진입하곤 한다. 요즘 같은 늦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 가로수 길을 따라 달리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홍진환  기자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집에서 여의도의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준영 씨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퇴근길에는 토끼굴 대신 우회로인 여의도공원 쪽 길을 택해 한강시민공원에 진입하곤 한다. 요즘 같은 늦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 가로수 길을 따라 달리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홍진환 기자
회사원 김준영(34) 씨는 바람을 가르며 아침을 시작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집에서 회사가 있는 여의도까지 편도 12km 길을 자전거로 출퇴근한 지 8개월째. 회사를 옮기기 전 기간까지 합치면 ‘자전거출근족(자출족)’ 생활을 한 지 2년이 넘는다.

안전을 위한 헬멧 착용은 필수. 등에 멘 배낭에는 회사에 도착해 갈아입을 옷가지와 물,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 손볼 수 있는 간단한 공구를 챙겨 넣는다.

오전 8시 집을 나서 서울지하철 3호선 동작역까지 천천히 이동한 김 씨는 한강시민공원으로 진입한 뒤부터는 페달을 힘껏 밟는다. 여의도까지 잘 닦인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질주하면 30∼40분 만에 여의도역 부근 사무실에 도착한다. 비 오는 날 이용하는 지하철로도 40분은 족히 걸리니 ‘느린 탈 것’인 자전거가 오히려 조금 더 빠른 셈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자출족이 확실히 많이 늘었습니다. 옷이 든 두툼한 배낭을 메고 부지런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김 씨는 ‘자출’ 덕분에 건강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계단을 이용해 3층까지만 걸어 올라가도 숨이 찼는데 이제는 14층까지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특별히 식사량을 조절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7∼8kg이나 줄어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늘어나는 자출족=건강을 중시하는 참살이(웰빙) 트렌드와 고유가가 맞물리면서 서울에서도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강변과 각 지천을 따라 자전거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주말에만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 자출족으로 변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3년 말 설립된 자출족 인터넷동호회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회원이 1000명 안팎이었으나 현재는 7만3000명에 이른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자전거 시장 규모도 2004년 150만 대, 2005년 180만 대, 2006년 200만 대(추산) 등으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열악한 도심 자전거 주행 여건=한번이라도 자출을 해 본 사람은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여전히 부족함을 실감한다.

잘 정비된 한강변을 빠져나와 시내 구간으로 들어서면 쌩쌩 달리는 차들의 눈치를 봐 가며 서행해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마련돼 있는 보도로 올라가도 페인트로 선만 그어 놓은 경우가 적지 않아 바닥이 울퉁불퉁한 데다 자전거도로 중간 중간 불법 적치물이 나타나 ‘정시 출근’에 바쁜 자출족들의 발길을 가로막는다.

안양천과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다가 근무지가 시내 중심가로 바뀐 뒤 주행에 위험을 느껴 자출을 포기한 공무원 유헌모(49) 씨는 “출근길에 원효대교 아래에 잠시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그 여유를 잊을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출퇴근이나 통학용으로 자전거가 보편화되려면 도난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금과 같은 허술한 보관대에는 고급형 자전거를 안심하고 세워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운영자인 이남우(33·회사원) 씨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자전거와 연계해 이용하려고 해도 믿고 맡길 만한 보관시설이 없어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가 제구실을 못하는 자전거도로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보관시설 등에 신경을 쓰면 자전거가 도시인의 생활 속에 더 녹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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