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직원노조 ‘억지 파업’ 누른 外大 ‘원칙의 힘’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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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직원노조가 215일간 끌어 온 파업을 사실상 철회했다. 박철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이 파업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끝까지 지킴으로써 얻어 낸 승리라고 할 만하다.

이 대학 직원노조는 ‘총무처장을 교수 대신 직원으로 임명해 달라’ ‘경리과와 비서실 직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라’는 등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며 대학의 중요 기능을 마비시키는 파업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4월 파업을 시작하면서 대학의 심장이라고 할 도서관에서조차 직원을 철수시키는 강경 투쟁을 벌였다.

면학(勉學)에 힘쓰는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대학 직원들의 학기 중 파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직원노동조합법이 노조에 단체행동권(파업권)을 주지 않은 것도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외국어대 직원노조는 학생들도 안중에 없다는 듯이 무리한 파업을 강행해 총학생회의 지지를 받는 데도 실패했다.

학교 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켜 7개월분 직원임금 40억 원 가운데 25억 원은 장학금으로, 15억 원은 도서관 시설 개수비로 쓸 예정이라고 한다. 노조 파업에 따른 최대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에서 박수 받을 결정이다.

노조의 파업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이 대학의 ‘원칙 지키기’를 본받을 일이다. 용기 없는 경영자들은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무기력하게 굴복해 이면합의를 해 주고 파업기간의 임금을 꼬박꼬박 지급해 노조의 그릇된 행태를 부채질한 사례가 많다.

노조가 대화를 거부하고 ‘떼법’으로 밀어붙여 백전백승(百戰百勝)을 하는 망국적 노사관계를 깨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의 응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使)측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가 얼마 전 전문건설노조의 점거농성에 법대로 정면 대응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이런 사례가 쌓임으로써 진정한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측의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자기개혁이 긴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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