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청구 영장 어떻게 할까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1분


코멘트
“오늘 일은 오늘이고, 내일 일은 내일이겠죠.”

6일 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부장판사는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7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재청구된 체포 및 구속영장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론스타 본사 임원 등에 대한 영장 심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 전 행장과 론스타 본사 임원들의 혐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 전 행장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의 당사자이지만, 론스타 본사 임원들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두 사건이 서로 얽혀 있긴 하지만 사건 내용은 별개여서 법원이 이 전 행장의 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이것이 곧바로 법원의 견해가 바뀐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3일 새벽 첫 번째 영장을 기각한 민병훈 부장판사는 “범죄가 어느 정도 소명(증명보다 낮은 단계의 입증)됐지만 구속하거나 체포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의 대주주가 허위 감자(減資) 계획을 유포한, 가장 악질적인 유형의 범죄”라는 검찰 측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은 3일 곧바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외환카드 주가 조작으로 소액주주들이 최소 226억 원의 피해를 본 반면 론스타 측은 그만큼 합병 비용을 줄이는 이득을 얻었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민 부장판사가 영장기각 사유로 “주가 조작으로 누가 이득을 봤다는 것인지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는 첫 영장 청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 부장판사가 요구한 소명자료는 눈에 보이는 이득으로 손에 쥔 게 얼마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은 론스타 측이 주가 조작으로 외환은행의 지분을 50% 이상 유지할 수 있어 이후 매각협상에서 2조 원 이상 가격을 더 부를 수 있었다고 추산하지만 아직 매각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미실현 이익’이다.

재청구 영장 심사를 맡은 이 부장판사는 6일 “신중하게, 사심 없이, 원칙대로 심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