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없는 시민운동 동력잃고 신뢰도 잃어”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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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사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6일 “2000년 총선연대를 정점으로 시민운동은 시민과 따로 놀고 있거나 시민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시민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296회 정책&지식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학자들은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와 ‘도덕성 위기’를 지적하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가 시민에 뒤처져 있다”=박 사무처장이 꼽은 시민운동 정체의 주요 이유는 사회적 개혁 의제의 상실, 관성적인 운동방식, 시민운동가를 양성하지 못하는 허약한 조직,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민운동, 시민운동의 분화(이념적 대립) 등이다.

그는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며 시민운동의 이슈를 가져갔지만 대부분 법안의 이름에만 반영되고 내용은 턱없이 못 미쳤다”며 “국민이 개혁에 대해 피곤해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앞에 가 보면 일인시위의 현 주소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운동의 진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반면 자발적인 운동 방식은 플래시몹, 길거리 노래방으로 진화했다”며 타성에 젖은 운동방식을 꼬집었다.

또 “자발적인 운동은 놀이를 하는 듯, 축제에 참여하는 듯 즐겁고 밝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민단체의) 운동방식의 한계는 자기주장을 습관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전락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지금 ‘신뢰의 위기’”=토론에 참가한 서울대 홍준형(행정대학원) 교수는 “시민운동이 이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시민운동을 기반으로 성립된 정권들이 시민운동의 에너지와 정당성을 활용해 정치를 하려다가 실패해서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대중에게만 영합한다는 비판이 있을지 몰라도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는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국적인 규모를 지향했지만 내용과 방식면에서 다변화·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성대 권해수(행정학)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운동 이력을 쓴 사람은 모두 떨어졌다고 들었다”며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시민단체 활동이 이용되고 있는 데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의 정부 내 진출이 증가하고 있어 ‘도덕성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들이 정부 내에 들어가서 관료제의 틀을 바꾸지 못하고 기득권층으로 급속하게 편입되고 있다는 것.

또 권 교수는 “일반 시민의 관심은 경제, 사회복지 등 민생 이슈에 집중되어 있는데 시민단체들은 거대 담론에 치우쳐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취약한 재정과 시민운동가들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현재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163개 중도-보수 시민단체 연대

‘민주사회NGO네트워크’ 발족▼

진보 시민단체 연합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맞서 중도·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연합인 ‘민주사회NGO네트워크’가 발족한다.

전국NGO연대는 6일 전국포럼연합 등 163개 중도·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연대해 이달 말 ‘민주사회NGO네트워크’의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국NGO연대의 이갑산 대표는 “그간 시민단체 연합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진보 성격의 단체가 주도했기 때문에 중도·보수 시민단체가 설 자리가 없었다”며 “올해 3월부터 중도·보수 연합 단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들을 꾸준히 섭외해 왔다”고 말했다.

민주사회NGO네트워크는 전국포럼연합 이영해 대표, 전국NGO연대 이갑산 대표, 민주사회시민단체연합 박용진 대표, 법률소비자연맹 김대인 총재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각 시민단체의 개별 활동을 적극 지지할 계획이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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