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영화, 생각의 보물창고]찰리와 초콜릿공장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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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혁재 기자
그래픽 이혁재 기자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동심(童心). 이는 ‘가위손’ ‘빅 피쉬’ ‘유령 신부’ 같은 영화들을 연출했던 장난꾸러기 감독 팀 버튼의 화두(話頭)입니다. 그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통해서도 모진 세파에 맞서는 순진무구한 동심을 이야기했죠. 초콜릿이 흐르는 강, 온통 과자와 사탕으로 이뤄진 언덕, 설탕 보트, 그리고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은 난쟁이 요정 움파룸파스 족….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정말 꿈과 동심이 현실을 캔버스 삼아 그려낸 마술 세상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아세요? 이 영화 속 초콜릿에는 두 개의 상반된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1] 스토리라인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누구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철옹성입니다. 이 공장의 주인 윌리 웡카 역시 수년 간 두문불출해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죠. 어느 날 웡카는 전 세계에 깔린 웡카 초콜릿 중 단 5개의 초콜릿 안에 행운의 황금티켓을 숨겨 두고는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을 공장으로 초대한다”고 선언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5명의 아이가 뽑혀 공장을 찾는 행운을 얻습니다. 그중엔 가난하지만 착한 소년 찰리도 있었죠. 아이들은 온통 초콜릿으로 이뤄진 공장 내부의 환상적인 광경에 놀라는 한편, 움파룸파스라는 난쟁이 종족이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탐욕에 눈이 먼 아이들은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하나 둘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변하는 징벌을 받습니다. 결국엔 찰리만 남죠. 찰리는 웡카가 어린 시절 강압적인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정신적 상처가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찰리와 그 가족은 웡카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2] 주제 및 키워드

‘동심’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웡카는 자신의 초콜릿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 왔습니다. 그 메시지는 바로 ‘동심’ 혹은 ‘꿈’이었죠. 하지만 초콜릿 공장에 들어선 아이들은 탐욕을 부렸고 결국엔 웡카로부터 징벌을 받게 됩니다. 웡카는 사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이어갈 후계자가 필요했던 것이죠. 주제는 일단 ‘순수한 동심을 잃지 말자’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멈추지 마세요. 이런 뻔해 보이는 이야기의 장막을 뚫고 더 깊게 들어가 볼까요?

웡카는 늘 뭔가가 결핍되어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그는 ‘부모(parents)’라는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더듬거리죠. 초콜릿 공장이라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그는 다른 사람과의 악수조차 꺼립니다. 그는 세상과의 소통을 끊는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의 동심을 지키려 합니다.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등을 돌린 채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웡카. 그에겐 ‘아버지’라는 빈 곳이 늘 마음속 상처로 남아 있었죠.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영화 속에 숨은 주제어는 ‘가족애’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찰리와 그 가족(찰리,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까지가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사는 대가족입니다)의 모습에서 웡카는 초콜릿(동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결국 아버지와 화해하고 세상과 소통할 용기를 갖게 됩니다.

[3] 생각 넓히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말할 것도 없이 ‘초콜릿’입니다. 이 초콜릿에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매력적인 함의(含意·숨겨진 의미)가 있어요.

우선 초콜릿의 맛을 생각해 보세요. 어떤가요? 물론 달지만, 어딘지 쌉쌀한 뒷맛도 나죠. 빙고! 바로 이거예요. 이 영화 속 초콜릿은, 단맛과 쓴맛처럼 두 개의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죠.

먼저 단맛에 해당하는 긍정적인 의미는 ‘동심’과 ‘꿈’이죠. 웡카는 초콜릿을 통해 동심과 꿈을 키워 왔으니까요. 반대로 쓴맛에 해당하는 부정적인 의미는 ‘탐욕’입니다. 온통 초콜릿으로 이뤄진 꿈의 장소 초콜릿 공장. 그러나 남보다 더 많이 먹으려 하거나(아우구스투스), 남을 무조건 이기려 하거나(바이올렛), 원하는 건 뭐든 소유하려 하거나(버루카), 잘난 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마이크) 비틀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은 초콜릿을 즐기는 대신 초콜릿의 노예가 되는 비참한 꼴을 당하니까 말이죠.

결국 이 영화는 초콜릿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인간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교훈을 들려줍니다. 동심을 품은 사람에게 초콜릿은 그 자체로 ‘꿈의 실현’이지만,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 초콜릿은 ‘자멸의 지름길’일 뿐입니다.

[4] 뒤집어 생각하기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웡카의 아버지가 치과의사라는 사실입니다. 웡카는 초콜릿을 통해 동심의 세계를 지켜나가고자 하지만, 치과의사인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아들의 이가 썩어 들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니까요.

결국 ‘웡카=초콜릿=동심’이라는 등식에 대항하는 ‘아버지=치과의사=억압’이라는 또 다른 등식이 생겨난다고 볼 수 있죠. 다시 말해, ‘초콜릿’과 ‘치과의사’의 의미 대립을 통해 영화는 ‘동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녀’와 ‘철없는 자녀가 하루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벌이는 대립과 갈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5] 내 생각 말하기

윌리 웡카는 초콜릿 공장에서 동심의 세계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이런 웡카의 모습을 100%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웡카는 어른이 되기를 회피해 왔다고도 볼 수 있어요. 자신이 구축한 꿈의 세계에 갇혀 살면서 성장을 거부하는 인물…. 이런 웡카는 바로 ‘네버랜드’라는 배타적인 동심의 세계에 살면서 영원히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과 다름없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죠.

우리가 늘 꿈과 동심의 상징처럼 생각해 왔던 피터팬. 하지만 이 피터팬의 모습은 언제나 바람직하기만 한 걸까요? ‘피터팬 신드롬’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윌리 웡카와 결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해 보는 것이 오늘의 문제입니다.

여러분, 어쩌면 여러분도 매일 매일 웡카의 초콜릿을 먹고사는지 모릅니다. 한편으론 달면서 또 한편으론 쓰디쓴 인생의 맛을 느끼고 배워가면서 말이죠. 하지만 혹시 알아요? 찰리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날 여러분의 초콜릿에도 최고의 자리로 초대될 행운의 황금티켓이 숨어있을지….

할머니가 찰리에게 저녁 인사로 들려주는 이 말을 잊지 마세요. “Nothing is impossible!”

맞습니다. 세상에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정답은 다음 온라인 강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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