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123억 날인없는 유언장 관련 헌법소원

  • 입력 2006년 10월 12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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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사업가가 남긴 유산 123억 원의 소유권을 명시한 자필 유언장의 효력을 놓고 유족 측과 3년 가까이 법정다툼을 벌이다 패소한 연세대가 이번에는 유언장 요건을 규정한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12일 헌법재판소 등에 따르면 연세대는 이달 초 "유언장에 자필서명과 함께 날인을 하도록 규정한 민법 조항은 유언의 자유를 비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연세대 측은 "유가증권은 날인을 대신해 서명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서명과 날인을 동시에 요구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사업가 고 김운초 씨는 1997년 재산 123억 원을 우리은행에 맡기면서 자신이 죽으면 연세대에 재산을 기부해달라는 유언장을 남겼으나 이 유언장에는 날인이 없었다.

김 씨의 유족은 2003년 은행의 대여금고에서 유언장을 발견하고 은행 측에 유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내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민법 1066조 1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스스로 쓰고 날인하여야 한다'며 유언장의 형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 합치하더라도 무효다"며 연세대가 낸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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