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생각의 흐름’ 제대로 짚기… 논리학 콘서트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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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학 콘서트/사와다 노부시게 지음·고재운 옮김/215쪽·9800원 바다출판사

구술을 그저 읽고 말하는 문제로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곧은 척추에서 좋은 자세가 나오듯, 말의 설득력도 올바른 뼈대에서 나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머릿속의 논리적 사고가 구술의 핵심 관건이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누구나 논리 본능을 갖고 있다. “저 멋진 배는 너무나 흉측해.” 이 말을 무리 없이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 탓이다. 좀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말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건축가가 웅장한 건물의 겉모습만으로도 내부 구조를 쉽게 읽어내듯, 사고의 규칙을 알면 복잡한 사상도 이해하기가 수월해진다.

말과 글의 척추를 발라내어 그 규칙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을까. 일본의 한 노(老)철학자가 자상한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맞는 말들은 도대체 ‘왜’ 맞는 것일까. 사와다 노부시게 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휘어진 사고의 척추를 교정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너무 쉽게 말하는’ 점을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 저자는 어렵고 추상적인 논리학의 순수 용어를 맛깔스러운 일상용어로 되새김질해 놓았다. ‘개념론’은 ‘이름을 붙이는 법과 쓰는 법’으로, 연역논리는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논리 번역을 거치는 식이다.

일상생활의 언어 사용을 밭갈이하는 법도 재미있다. 우리는 채소가게에 가서 “채소 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시금치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것은 개념의 범주와 위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분류하고 이름을 정하는 일도 눈여겨볼 만하다. 개나 고양이는 인간의 일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에 이름을 붙여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과나 바나나는 붙여 줘도 먹어 버리면 없어지기에 공통 이름만을 갖는다. 사물을 크게 묶거나 세세하게 묶는 다양한 기준과 목적을 배울 수 있다.

생각의 흐름을 펼치는 방법도 정연하다. ‘가능한 한 단순하게, 순서에 따라’ 일상의 생각들을 하나씩 조립한다. 마치 라디오를 뜯어서 진공관과 트랜스를 확인하고 그 관계를 알면, 그에 대한 지식도 더 확실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쉽고 확실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는 법. 바로 데카르트가 사용했던 방법을 우리도 해볼 수 있다.

또한 논리는 규칙을 만드는 과정을 가르쳐 준다. 컴퓨터의 전기회로도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절차를 본떠 만들어진 것이다. 전류를 흘리거나 막을 때 논리연결사(그리고, 또는, 만약, 아니다)를 이용해서 전체 작업을 제어한 결과다. 인간의 논리 규칙을 따지는 과정에서 수학과 과학의 원리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요컨대, 논리는 곧 인간의 사고 과정 그 자체다. 말하면 흘러가 버리는 구술에서 미사여구에 치중하면 듣는 이의 집중력을 오히려 방해한다. 학생들은 이 책에서 논리의 힘줄을 길러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을 찬찬히 익혀 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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