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처벌 검찰·법원 담당 따라 제각각

  • 입력 2006년 8월 27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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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턴 게임장 업주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사법처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담당 검사와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형량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기소돼 1심 재판이 끝난 사건은 모두 40여건으로 게임장 업주들에게는 대부분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게임장 업주들은 법정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거친 게임기로 영업을 했는데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메모리 연타', '암시' 등의 기능을 갖춘 사행성 게임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검찰은 사행성 게임기로 사행행위를 제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사행행위규제특례법 대신에 이 법보다 벌칙이 가벼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 결과 수십억 원의 불법 매출을 올리고도 수십~수백만 원의 벌금만 물게 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 '바다이야기' 54대로 영업을 시작한 이모 씨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지정하지 않은 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하다 영업 20일 만에 단속됐으나 음비게법 위반죄로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이 씨는 단속된 다음달 게임기 26대를 추가로 설치해 50일간 더 영업을 하며 47억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역시 음비게법 위반죄로 기소돼 100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영등위 심의 내용과 다른 사행성 게임을 제공하는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는 비게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솜방망이처벌은 불가피한 결과라는 게 법조계 주변의 지적이다.

안양시에서 성인오락실을 차려놓고 80대의 바다이야기로 하루 평균 5000만~7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던 김모 씨도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게임기 60대로 올해 1월 하순부터 2개월 동안 4억80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린 춘천시의 이모 씨는 사행행위규제특례법 위반죄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품의 구매일자와 종류, 단가, 수량 등을 기재한 경품구매대장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는 문화관광부 경품취급기준고시에 대한 법원 재판부의 판단도 가지각색이었다.

서울남부지법은 '바다이야기' 40대로 영업을 하면서도 경품구매대장을 매장에 비치하지 않은 이모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고, 또 다른 이모 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경품구매대장을 보관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하다 적발돼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게임장 업주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이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고시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은 '경품을 제공하는 방법',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지 이와 무관한 경품구매대장 비치의무를 고시에 명시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었다.

한 법원은 문광부 고시를 인정해 게임장 업주에게 벌금이라는 불이익을 줬고, 다른 법원은 문광부 고시는 위법하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또 '바다이야기'로 횡재를 노리는 업주들에게 게임기를 복제해 팔아먹은 제조업자들이나 상품권 환전상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기소됐지만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벌금에서 징역 1년까지 다양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죄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며 피고인의 죄질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사행성 게임장 업주들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사행성 게임에 대한 기준도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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