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현찬]용산공원에 ‘아파트 병풍’은 안된다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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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는 오랜 기간 외국의 군대가 주둔해 왔던 땅이다. 고려시대에는 몽골군의 병참기지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보급기지로,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고, 광복 이후에는 다시 미국 군대가 주둔해 온 아프고도 슬픈 역사를 가진 땅이다.

정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협정이 마무리되면서 반환되는 용산 미군기지에 국가주도로 민족성과 역사성을 갖춘 기념공원을 조성키로 결정하고 근거 법까지 입법예고했다. 과거를 극복하고 주권과 역사를 회복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이기에 반가움과 흥분이 앞서지만 법안에 나타나는 정부의 추진방향을 신중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법안 중 문제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터의 일부를 수익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대목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터 전체가 역사가 있는 땅이다. 단순히 군사기지 이전으로 생기는 빈 땅이 아니다. 법률 이름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민족의 아픈 역사가 있는 땅이고 공원 조성은 마땅히 그 땅을 온전히 되찾겠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 땅의 일부를 또다시 누군가가 독점적으로 이용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역사인식 측면에서 재고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재원 마련 논리에 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과 고심의 흔적을 보여주지 않고 일부 개발이라는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전비용 마련은 시간을 가지고 정부 살림을 다시 한번 세심히 살펴보고 국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한다면 얼마든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불행히도 복합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수익확보라는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초고층의 고밀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건축된 용산 기지 주변 주상복합개발에서 제기된 것처럼 공원 독점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이 일부에 국한된다고 하더라도 선례가 있으면 유사한 방법의 개발을 자극한다. 특별법이 우선하는 현 도시계획 시스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 비관적으로 예상한다면 한강을 아파트 병풍으로 차단했던 과거 도시계획의 우가 용산공원을 무대로 재현될 수 있다.

용산 공원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장기 계획이다. 이전 일정마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의 효율과 편의를 위해 성급히 개발 계획과 추진 방식을 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발 방향은 국민 모두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눈으로 보고 발로 밟으면서 느낄 수 있는, 그러한 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박현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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