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항을 ‘시위도시’로 버려 둘 순 없다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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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상대도 아닌 포스코의 본사 건물에서 만 8일간 불법 점거농성을 벌였던 포항전문건설노조가 이번엔 44일 만에 사실상 합의에 이른 노사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노조는 그제 “사용자 측 안(案)일 뿐이지 합의한 바 없다”고 했지만 사용자 측은 “잠정 합의해 박수 치고 악수까지 했는데 노조 측이 이를 뒤집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포스코 농성 때문에 구속된 노동자 58명의 석방, 포스코의 손해배상소송 철회, 파업 참가자의 신변 보장을 요구했다. 구속자 석방이나 손배소 철회는 노사 협상 대상도 아니다. 게다가 점거농성은 노조가 자행한 것이므로 법적 책임도 당연히 져야 한다. 남의 회사에 난입해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면 물어 줘야 마땅하다.

사용자 측은 협상 결렬 직후 “파업사태가 장기화되면 폐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폐업은 일자리를 모두 날리고 노사가 함께 망하는 마지막 선택이다. 끝 모를 파업으로부터 세계적인 산업도시 포항을 지키는 길이 폐업뿐이라면 이는 국가적 국민적 불행이다.

장기 파업과 불법 점거농성을 조직 강화의 수단으로 삼는 민주노총은 포항에 이어 15∼17일 서울 집회를 벌인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9일 포항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살인 정권, 악덕 포스코와 사활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고 했다. ‘산업 테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시가전 같은 도심 집회는 철회해야 한다.

사용자 측은 “건설노조가 타 지역 노동자는 물론이고 관계도 없는 단체까지 불러들여 포항을 전국적인 시위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세계의 도시들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려고 경쟁하는 마당에 포항을 더 키우지는 못할망정 노조 손에 망치게 할 수는 없다.

공권력은 ‘시위도시’ 포항에서의 불법을 구경만 해선 안 된다. 또 일반 시민이 나서서 막아 주기를 기대하는가. 포스코는 노조를 상대로 간접피해액을 제외한 직접피해액 20여억 원의 손배소를 조만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법 점거농성에 의연히 맞섰듯, 이번 소송도 끝까지 관철해야 또 다른 불법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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