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내려라” 장대비속 힘겨운 삽질

  • 입력 2006년 7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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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도 반납한 장병들 수해 복구에 군 장병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육군 2사단 17연대 장병들이 18일 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수해 농가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인제=김재명  기자
휴일도 반납한 장병들 수해 복구에 군 장병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육군 2사단 17연대 장병들이 18일 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수해 농가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인제=김재명 기자
18일 오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수해복구 현장.

마을 진입로인 인제∼기린면 현리 군도 5호선의 복구 현장에는 대형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 30여 대가 굉음을 내며 장마로 송두리째 쓸려간 도로를 복구하느라 분주했다.

현장에는 인제읍내 5개 건설회사의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12대, 인근 군부대의 굴착기 등 중장비 17대가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인근에서 흙을 날라 토막 난 도로를 메우는 등 복구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이 마을에 수마가 덮친 시각은 토요일인 15일 오전 7시경.

시간당 60∼70mm의 폭우가 쏟아지며 마을 인근의 하천이 범람해 마을과 도로가 쓸려 나갔다.

320가구 8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은 졸지에 마을 주민 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났다. 주택 16채도 파손돼 이재민 90명이 발생하는 수해의 마을로 변해 버렸다.

복구작업을 지휘하던 지역 건설회사 대표 김영일(40·중앙엔지니어링) 씨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양지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로 지역에선 인심이 좋다고 소문난 마을이었는데….”

김 씨는 이런 마을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해 했다.

이곳 현장에서 2km 상류 지점인 덕산리에서는 육군 2사단 17연대 장병 650명과 3공병여단의 복구 장비 10여 대가 유실된 마을 도로를 복구하고 너저분하게 널린 쓰레기 등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원동영(23·2사단 17연대) 병장은 “부모님이 이런 일을 당했으리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당장 예전 같은 마을이 되지는 않겠지만 마을 주민들이 정상 생활을 되찾을 때까지 복구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대 장병 2300명(연인원)은 일요일도 반납한 채 16일부터 사흘째 수해 현장 63곳을 찾아 복구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여러 단체와 자원봉사자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이날 또다시 많은 비가 내려 도중에 작업을 중단하는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제발 비가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구조 헬기도 뜨지 못해 고립 지역 주민들에 대한 구조작업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인제읍에서만 덕적리와 하추리 등 2개 읍면 6개 마을(840명)이 아직도 고립돼 진입로가 뚫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편 비 피해가 집중된 강원 인제 평창 영월지역의 초중고교 33개교와 충북 단양군의 초중학교 6개교 등 39개교가 18일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축대가 무너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영락중과 학교에 토사가 유입된 강원도 초등학교 11곳은 임시 휴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8일 현재 전국 56개교가 교실 침수와 건물 붕괴 등으로 6억 원 정도의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인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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