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호적 성별 변경 어쩌나’ 大法 첫 심리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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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전환자(트랜스젠더)에게 호적의 성별 변경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의학계와 종교계 전문가를 불러 견해를 들었다. 성전환자는 스스로 느끼는 사회적 성(gender)에 따라 자신의 생물학적 성(sex)을 바꾼 사람들을 일컫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金知衡 대법관)는 18일 수술을 받고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50대 A 씨가 “호적의 성별을 바꿔 달라”며 낸 신청과 관련해 이무상(李武相)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와 박영률(朴榮律·국가발전기독연구원장) 목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비공개 심문을 했다.

이 교수는 “성전환을 태생적 질환으로 인정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염색체 검사로 성별을 판정하는 것이 부정확하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하기가 쉽진 않지만 성전환증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그래야 불법적인 수술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당사자나 의사, 법관 등 관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손지열(孫智烈) 대법관은 “대개 당사자가 먼저 수술을 받은 뒤 법적 판단을 구하는데 앞으로는 법적 판단을 받은 뒤 수술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교수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법원에서 성전환을 결정하면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성은 창조자의 권한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성전환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수술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성전환 수술은 성형수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A 씨 사건을 비롯해 현재 계류 중인 3건의 사건에 대해 이르면 다음 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법원이 성전환에 대해 판결을 내린 적은 있지만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이 사건은 최초의 판례를 남길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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