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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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면목고에서 면목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교사들이 제자들과 함께 모였다. 66명의 교사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10년째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11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면목고에서 면목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교사들이 제자들과 함께 모였다. 66명의 교사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10년째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스승의 제자 사랑, 제자의 스승 사랑.’

해마다 불거지는 촌지 문제로 대부분의 학교가 스승의날인 15일 휴업할 예정인 가운데 사제 간의 깊은 정을 보여 주는 소식이 있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 면목고 교사 66명은 제자들을 위한 장학회를 만들어 10년간 147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경남 통영시에선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초등학교 은사를 모시고 조촐한 잔치를 열 예정이다. 이들을 통해 ‘진정한 사제지간’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서울 면목고(교장 문계철) 교사들은 1997년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돕기 위한 ‘면목장학회’를 10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당시 외환위기로 학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까지 생기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제자들에게 전달한 것이 장학회 운영의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교사 31명이 참여해 4명에게 180만 원을 전달했고, 다음 해에는 12명에게 870만 원을 지급했다. 지금까지 147명의 제자에게 5000만 원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공립학교인 탓에 교사 이동이 잦아 맥이 끊길 수도 있었지만 부임하는 교사마다 적극 동참하고 있다. 현재 교사 87명 중 66명이 회원이다.

이들은 월급에서 1만∼2만 원을 뗀다. 계좌당 2000원씩 최대 10계좌까지만 낼 수 있다. 내는 돈의 차이가 크면 위화감이 생길 수 있는 데다 많은 교사가 참여할 수 있게 상한액을 둔 것이다.

오영숙(46·여) 면목장학회 담당 교사는 “상한액을 높여 달라는 교사들의 요구가 많아 현재 고민 중”이라며 “매달 내는 돈 외에 100만∼200만 원씩 목돈을 장학금에 보태는 교사도 많다”고 말했다.

면목고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다. 자기 집이 있는 학생이 45%밖에 안 되고 전교생의 10% 정도가 학교 급식 지원 대상자다.

박영식(53) 교사는 “월세로 공부방도 없이 마루에서 생활하는 학생, 이사를 22번이나 했다는 한 학생의 가정환경조사서를 보고 눈물이 났다”며 “제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면목장학회는 혹시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장학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올해 스승의날에 장학금을 받는 3학년 최유경(18) 군은 “동창회 장학금인 줄 알았지 선생님들이 모은 장학금인 줄은 몰랐다”며 “장래 희망이 교사인데 내가 받은 사랑 이상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교사들의 제자사랑 소식을 접한 면목고 총동창회도 이에 동참해 올해부터 후배들을 위해 매년 800만 원씩 장학금을 내놓기로 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백발이 됐어도 잊지못할 큰 사랑”▼

칠순 노인들이 팔순의 초등학교 은사들을 모시고 스승의날 행사를 연다.

경남 통영시 유영초등학교를 1953년에 졸업한 박오수(70) 씨 등 이 학교 남녀 졸업생 15명은 스승의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통영시 도천동의 횟집에서 백발이 성성한 은사 9명을 만난다.

박 씨 등 유영초교 7회 졸업생인 이들은 1948년 9월 3일 입학해 1953년 3월 18일 졸업했다.

초청 받은 스승은 87세인 허순종 씨를 비롯해 최지민 배종간 김봉돈 서옥삼 서홍간 차복남(여) 정갑연(여) 박재순(여) 씨 등으로 대부분 팔순을 넘겼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총각 처녀일 때 유영초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백발의 스승과 제자들은 졸업 후 1989년에 처음 만났다. 이번 모임은 1997년에 이어 세 번째.

은사 중 13명이 1989년 첫 모임에 참석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을 떠나는 은사가 생겨 참석자가 1997년에는 11명, 올해는 9명으로 줄었다.

모임을 주선한 박오수 씨는 “우리가 인생의 어려움을 잘 헤쳐 나온 것은 선생님들이 정성껏 열의를 가지고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라며 “선생님들이나 우리가 나이를 먹어 가고 있어 어쩌면 올해 행사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들은 10여 년간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통영지역을 관광할 예정이다.

통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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