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회, 한총련 탈퇴 선언

  • 입력 2006년 5월 10일 1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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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학생회장 황라열)는 10일 오후 문학관 국제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총련등 모든 학생정치조직에서 탈퇴 및 분리를 선언했다. 사진 동아일보
서울대 총학생회(학생회장 황라열)는 10일 오후 문학관 국제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총련등 모든 학생정치조직에서 탈퇴 및 분리를 선언했다. 사진 동아일보
서울대 총학생회가 10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또 서울대 총학생회는 한총련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 정치조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총학생회와 학생 정치조직의 분리 선언'이란 성명서에서 "한총련 등 학생 정치조직이 폭력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운동방식으로 학생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총학생회는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학생회협의회,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 모든 학생 정치조직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1999년 운동권과 결별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되고 2000년대 들어 비운동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총련에서 탈퇴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총학생회가 한총련 탈퇴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라열(黃羅悅·29·종교학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대다수 서울대 학생은 폭력적이고 투쟁 일변도인 학생운동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총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앞으로 한총련이 서울대 총학생회를 각종 집회나 시위의 참가 대학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한총련에 탈퇴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한총련 측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기자회견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한총련 탈퇴를 공식 선언하게 됐다"면서 "내 임기 중에 학생 정치조직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미(反美)투쟁'이나 '독점자본 타도'를 주장하는 학생운동 단체들 때문에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무시돼 왔다"며 "학생운동이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민주화가 실현된 이후에는 학생 정치조직의 부작용이 많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성명서에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할 학생회비의 상당액이 학생 정치조직을 위해 사용됐다"며 "총학생회의 주인인 학생이 학생운동의 객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총학생회장 선거 당시 한총련 탈퇴와 학생 정치조직과 분리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이 같은 결정은 비운동권 계열의 다른 대학 총학생회에도 영향을 미쳐 한총련의 결집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은 1993년 대학 학생회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출범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비운동권 학생들이 폭력적인 운동방식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상태다.

1996년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했으며 2000년대 들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성균관대 총학생회 등이 잇따라 한총련을 떠났다. 한총련 1기 의장을 배출하는 등 학생운동의 중심에 섰던 한양대도 지난해 한총련을 탈퇴했다.

한총련은 창립 13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서강대 학생회관에서 '한총련 합법화 실현, 국가보안법 철폐, 한총련 창립기념의 밤' 행사를 열었지만 집행부와 시민단체 회원 등 60여 명만 참석해 초라한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편 서울대 총학생회는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된 평택 시위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된 것에 대해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해 달라는 일부 학생들의 요구가 있었다"면서 "의견이 갈리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총학생회가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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