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08명…‘少인구 재앙’ 눈앞에 닥친다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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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신생아실초고령사회가 현실화되는 것일까. 정부가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8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이 텅 비어 있다. 원대연  기자
텅 빈 신생아실
초고령사회가 현실화되는 것일까. 정부가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8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이 텅 비어 있다. 원대연 기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1.08명으로 떨어져 국가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3만8000여 명으로 2000년 63만7000여 명에서 5년 만에 20만 명가량이 줄었다. 이는 충남 아산시(인구 20만4431명)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는 2005년 잠정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전년도(1.16명)에 이어 또다시 최저치로 내려앉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6명은 물론 국가가 아닌 홍콩(0.95명)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떨어져 2002년 1.17명, 2003년 1.19명, 2004년 1.16명을 나타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정부가 각종 대책을 마련한 지난해 1.10명대가 무너졌다. 합계출산율이란 15∼49세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로 부부가 1.08명을 낳는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16명을 최저 수준, 1.10명을 마지노선으로 여겼다”며 “고령사회가 예상보다 급속히 닥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통계청은 2020년 인구증가율 0.01%에 도달한 이후 총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2040년에는 4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저출산으로 65세 이상이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2018년 도래할 것이란 예측도 한층 앞당겨질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구는 4829만4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9.1%였다.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 부족, 조세 감소 및 각종 사회복지 비용 증가, 국민연금의 고갈 등이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상황이 머지않아 닥칠 것이란 예측이다.

아울러 현재의 출산율을 기조로 한 국정운영 기조와 산업 및 교육 등 국가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기본 틀’을 저출산에 맞춰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을 경험한 일본 등 선진국보다 출산율 저하의 속도가 빨라 충격파가 크다는 것. 일본의 경우 1989년 합계출산율은 1.57명이었지만 지난해는 1.29명이었다.

출산율의 급격한 추락은 여성의 사회 참여 증대, 만혼 및 고령 출산, 치솟는 주택 마련 비용과 고용 불안, 열악한 육아 환경 및 사교육비 부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30대 산모의 비율(51.3%)이 20대(47.9%)를 처음으로 앞섰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농촌 지역에선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 의령군 대의면 하촌리. 60여 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은 ‘최연소 주민’인 김모(48) 씨의 아들이 15년 전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신생아가 한 명도 없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曺永台·인구학) 교수는 “정부의 출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로 출산율이 쉽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급속한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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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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