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분교 강제철거]미군기지 이전 ‘산넘어 산’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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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 반대 세력의 근거지인 팽성읍 대추리 대추분교가 4일 철거되고 확장되는 기지 주변에 철조망이 설치됐다. 이에 따라 난항을 거듭하던 미군기지 이전 사업은 큰 고비를 넘어섰다.

국방부와 경찰이 나서 행정대집행(강제철거)과 이전지역에 대한 철조망 설치작업을 강행하면서 유혈충돌까지 벌어지게 된 데에는 정부와 반대세력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미군기지 이전과정에서 주민 이전대책을 발 빠르게 수립하지 못했고 홍보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방부는 평택시와 경기도가 수차례 건의한 끝에 뒤늦게 평택지원특별법을 제정했고, 세부적인 이주대책도 차일피일 미뤄왔던 게 사실이다.

경찰도 엄정한 법집행에 소극적이어서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 농민시위로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이 옷을 벗으면서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은 사실”이라며 “대추리 사태 역시 적극 대처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 있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반전 반미 인사들은 고향에 살고 싶다는 일부 주민에게 접근해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반미 전선을 유도하며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었다.

고비는 넘었다고 하지만 아직 남은 문제가 적지 않다. 일부 주민은 대추분교 철거와 관계없이 계속 이곳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범대위 역시 마을회관 2층 상황실을 중심으로 투쟁을 계속할 입장을 밝혔다. 불씨가 꺼지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는 미국 측과 함께 9월까지 기지 이전에 대한 시설종합계획(마스터플랜·MP) 작성을 끝마칠 예정이다. 10월에 예정된 기지 기반공사 착수를 위해 환경영향평가 지질조사 문화재시굴조사 측량 등을 발 빠르게 진행할 방침이다.

환경영향평가는 당초 평택기지 이전 터에 대한 협의매수가 끝나는 지난해 12월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차질을 빚어 지금까지 손도 못 댄 상황.

기반공사가 완료되면 2007년 4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시설공사를 모두 마치고 2009년부터 미군이 이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 측이 한국에 반환하는 다른 지역 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비용과 평택기지 터에 대한 성토작업 비용 부담을 놓고 갈등도 예상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군기지 이전은 예정보다 1, 2년 늦춰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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