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대추분교 철거 ‘충돌의 들판’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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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의 대추분교. 폐교된 학교 교정과 교실 유리창에는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벽화와 깃발로 꽉 차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의 대추분교. 폐교된 학교 교정과 교실 유리창에는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벽화와 깃발로 꽉 차 있다. 평택=이훈구 기자
국방부가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대추분교에 대한 강제철거(강제대집행)를 예고한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범국민대책위(범대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긴장이 더해 가고 있다.

대추분교 철거를 놓고 다음 달 초에는 양측의 대규모 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27일 평택시 팽성읍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국방부의 협의 매수에 응한 주민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주민 지원사항에 대한 설명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이날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에서는 주민들과 범대위가 국방부의 ‘선전포고’에 아랑곳없이 논에 물을 대고 못자리를 손보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농사일을 계속했다. 주민들은 트랙터로 비료 포대를 날랐고 논 곳곳에 낸 못자리에서는 모가 2∼3cm씩 자라고 있었다.

특히 도두2리 논두렁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꽂아 놓은 한반도기 30여 개가 바람에 펄럭였다. 한반도기는 흰 바탕에 파란색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로 1990년대 이후 남북 공동응원을 할 때 사용되고 있다.

범민련 측은 “주민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논 1만5000평을 배당받아 범민련에서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며 “한반도기는 반전반미와 남북의 평화통일을 상징하기 위해 꽂아 놓았다”고 설명했다.

또 대추분교 인근 200여 평에선 가수 정태춘 씨 등 범대위 소속 회원 20여 명이 대추리 평화예술공원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에 대나무로 만든 어린이와 대형 새 조형물을 세웠으며 금낭화, 매발톱꽃 등 야생화와 복숭아, 살구나무를 심었다.

정 씨는 “이번 주말 예술인 250여 명이 참여하는 예술공원 개장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범대위 측은 국방부가 27일부터 다음 달 7일 사이에 대추분교를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이후 외부 인사들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등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범대위는 이날 “다음 달 2일 대추리에서 폭력적인 강제토지수용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4차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열어 미군기지 확장 계획과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선포했다.

범대위는 이에 앞서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138개 소속 시민사회단체에 언제든지 결집이 가능하도록 비상대기망을 가동한 상태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대추분교를 매입했으나 범대위 측에서 계속 사용하자, 올해 3월 6일 1차 철거에 나섰다가 범대위의 반발로 실패했다.

한편 28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는 국방부가 낸 대추분교 인도 소송에 대한 본안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인도 명령이 떨어지면 국방부는 대추분교 철거에 나설 방침이어서 다음 달 초에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추분교는 전국 시민사회 및 반미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대위가 기지이전 반대투쟁 본부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국방부 대집행 영장에 의한 통지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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