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국가기준점’ 부실공사 부른다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코멘트
도로 철도의 노선과 다리 등의 구조물 위치를 결정할 때 사용하는 국가기준점(삼각점과 수준점)이 제대로 관측되지 않아 각종 공사현장에서 부실시공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19일 “일본 도쿄(東京)가 기준인 일제강점기 좌표 체계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고 1997년 이후 새롭게 측정해 만든 국가기준점도 정확하지 않아 터널이나 다리 건설 때 굴착노선이 어긋나거나 다리의 높이가 달라지는 등의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해 5월부터 한 달간 건설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23개 기관을 대상으로 ‘건설공사 관리시스템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다. 건교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297억 원을 들여 정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해 전국적으로 2만2000여 개에 이르는 삼각점과 수준점을 다시 측정했다. 그러나 새롭게 측정된 국가기준점도 정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남 거제도와 부산시를 잇는 국내 최대의 다리인 거가대교 공사에서는 설계도면대로라면 거제도와 진해에서 각각 출발한 다리의 상판이 최종 가운데 연결 부분에선 1m이상 어긋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준점에 의해 측정된 양쪽 다리의 출발점 높이차가 37cm나 났기 때문이다.

국가기준점은 지도 제작에도 사용되는데 새롭게 만든 국가기준점이 정확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지도제작을 한 결과 강원 홍천군 화천면은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섬이 되는 결과가 나왔다.

또 강원 철원군 갈말면(북위 38도 7분, 동경 12도 18분)은 동유럽에 있게 된다. 경기 이천은 서해상에 떠 있어야 하고, 전남 여수시 화정면과 경북 포항시 창주면은 적도 상에 표시된다.

감사원이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2234개의 점 가운데 435개(20%)의 점에 크고 작은 오차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지리정보원장에게 부정확한 국가기준점을 전반적으로 보완토록 통보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