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선생님이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 입력 2006년 3월 20일 11시 57분


코멘트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의 가장 큰 궁금증. 우리 아이는 선생님의 사랑을 받을까?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도 보고 다른 선배엄마들에게 물어도 보지만 속 시원한 정답은 없다.

이런 궁금증에 답을 주기 위해 '선생님이 정말정말 사랑하는 아이'란 책을 함께 펴낸 선생님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가동초등학교의 심언주(44), 김금옥(40) 교사와 가락초등학교의 이은미(36) 교사. 10년 이상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이들은 "어느 아이든 선생님에게 최고의 제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교사들이 책을 통해 전하는 어린 제자들의 모습에는 엄마들조차 모르고 있던 '깜찍한' 감동이 있다.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마다 선생님 몰래 책상을 닦아 정리를 해주던 은혜, 공장에 일 나가는 엄마를 거들어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면서도 학교에서는 자폐아 친구를 도와주던 명희, 짝꿍 손 다칠까봐 자기 필통으로 튀어나온 책상 못을 박아주던 성민이….

우리 아이도 이렇게 키울 수 있을까.

#선생님이 사랑하는 아이는요…

심 교사는 "새 학기를 맞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성실'이지만 성실한 아이들 못지않게 마음을 기쁘게 하는 아이가 숨겨진 재능이 발견되는 아이"라고 강조했다.

"노래나 연주를 잘하거나, 자연관찰에 뛰어나거나 때로는 남을 잘 웃기기도 하는, 어떤 재능이든 아이가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서 펼칠 때 아이들이 멋지게 느껴져요."

이 교사도 동감이다. "아이들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예뻐요. 어떤 학부모들은 자신이 학교에 와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내 아이가 사랑받는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이들은 자기 귀여움을 자기가 만들어가는 걸요."

김 교사는 "긍정적인 태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슨 일을 하든 삐죽거리기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는 아이들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사랑은 믿음 속에서 자라요!

심 교사는 교사와 아이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무엇보다 학부모님들이 교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봐 줄 것"을 강조했다. 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면 아이들 역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잠시 휴직 중이던 시절 남편의 직장동료가 '아무래도 학교에 안 찾아가서 우리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점 하나 때문에 백점을 못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무척 속상했다고 한다.

"휴직을 하고 보통 엄마가 되어 다른 엄마들 틈에서 교사들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들을 때 참 괴로웠어요. 우리 교사들에게 가장 고마운 선물은 진정어린 마음이 담긴 따뜻한 격려의 말, 감사의 말 한마디인데…."

사실 학기 초만 되면 엄마들의 최대 고민은 학교에 어떻게 가야 하느냐이다. 흔히 3월 중순 경 열리는 학부모총회는 아이들 담임교사를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런 기회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부담감'에 대해 이들 교사들은 "'친척집에 오랜만에 방문하는 정도'의 마음이면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어떤 교육방식을 가진 교사인지 학기 초에 한번 정도는 찾아봐야 하지만 그 선생님의 교육방식에 믿음만 있다면 그 이상의 방문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이 문제, 오해 없이 같이 풀어요

교사들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오해가 쌓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부모에게 교사와 관련된 부분을 전달할 때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빼놓은 것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심 교사는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대개 집안에서도 문제가 있는데 부모가 문제를 회피하거나 아이를 미워해서 그렇다고 오해를 해 아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사는 "교사도 힘들다고 느낄 순간이 있는데 아이 부모님이나 아이가 교사의 힘든 상태를 자신을 미워한다고 받아들일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가끔 학부모님들 가운데 '아이에게 무섭게 대해 달라' '때려서라고 고쳐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 교사는 교사가 이런 악역을 맡는다고 아이가 크게 달라질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이런 학부모님들이 고마워요

김 교사는 "그동안 고마움을 느꼈던 학부모님들은 교사가 아무리 극성스럽게 굴어도 믿고 말없이 따라주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아이 가방도 살펴보고 숙제도 봐주시며 다른 부분은 말없이 교사에게 믿고 맡겨 주시는 분들"이라는 심 교사의 설명이다.

이들 교사들은 자신들 역시 학부모이기도 하다.

"예전에 준비물 안 챙겨주시는 부모님들 보면 왜 그럴까 싶었는데 저도 나이가 들다보니 아이 준비물을 깜빡깜빡하게 되더군요." 이교사의 '주부건망증' 고백이다.

처녀시절에는 방학숙제 안 해오는 녀석들을 꼭 남겨서라도 시켰다는 김교사.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부터는 방학숙제 안 해와도 '그래, 잘 놀았다'하는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저도 학기 초에 한번은 아이 담임선생님을 뵈러갔죠. 그 때마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심교사도 학부모로서 가슴 졸인 기억이 있었다.

22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심 교사는 "선생님의 다정한 말 한마디, 격려, 꾸지람 같은 것으로도 아이들은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며 "선생님들은 다양한 아이들을 다 사랑한다는 점을 부모가 믿어주고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날 '수다'를 마무리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