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격차, 실태 쉬쉬하며 해소하겠다니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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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학력(學力)과 교육여건이 뒤처지는 학교를 집중 지원 하기 위한 ‘교육격차 해소 관련법’이 이르면 4월 임시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제출했지만 수준이 뒤진 학교부터 ‘우수교원 배치와 보조금 대폭 지원’을 한다는 큰 틀은 일치한다.

하지만 학교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 학교’를 배정받는 데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교육격차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학교등급 공개는 서열화를 부추겨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다”며 평가는 하되 공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교평준화 제도의 실패를 인정하기가 싫기도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상급학교 진학률 등 교육정보의 공개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 주장대로 학교별 평가를 하고도 공개하지 않는다면 특정학교 집중 지원의 타당성을 국민이 확인할 수가 없다. 교육 당국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기대한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할 우려가 적지 않다. 책임행정과 책임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려면 교육격차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당당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일이 아니다.

지원 대상 학교에 우수교원을 우선 배치하려면 엄정한 교원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어제 나온 시범실시 결과를 보면 교사의 85%가 동료교사의 능력을 ‘탁월하다’ 또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서로 보험 들기 식의 ‘칭찬파티’ 같지 않은가. 교사의 강의능력과 학생들의 학업성취 결과를 정교하게 평가하되 우수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교육격차 해소 관련법이 정부의 ‘양극화 해소’에 관한 선전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돼 역효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교육격차 해소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교육 전체의 질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치적 행태를 보인다면 ‘대한민국 교육’과 ‘선진국 교육’의 격차만 더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 진입’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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