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항중]초등 1, 2학년 영어교육의 성과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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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2008년부터 1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찬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천안용곡초등학교는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2004년 3월부터 2년간 영어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 1, 2학년 영어교육을 미리 실시했다. ‘놀이 활동 중심 교수학습을 통한 영어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주제로 주당 1시간 이상씩 영어를 교육했다. 2년간 시범교육에서 쌓인 나름대로의 경험과 성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해 이를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입문기의 초등 1, 2학년 아동들에게는 외국어에 대한 생소함을 덜어 주고 좀 더 친밀한 느낌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1, 2학년 첫 학기에는 각종 멀티미디어 시청각 매체를 활용해 외국어인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런 방식은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으로 이를 압축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년에 어울리는 놀이(게임)와 역할극, 노래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울 수 있다. 게임이나 노래 등을 학년에 맞게 개발해 멀티미디어 시청각 매체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영어의 바다’에 푹 빠뜨릴 수 있다.

이와 아울러 활동성이 강한 초등학생들에게 교실 밖에서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주기 위해 교내의 빈 공간에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을 설치했다. 잉글리시 존에는 레스토랑, 쇼핑센터, 놀이(게임)공간 등 테마별 코너를 마련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영어를 학부모 도우미 교사의 도움을 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생활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해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 위한 시도였다. 자연접근법을 주장하는 미국의 스티븐 크라센과 같은 언어학자도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적정하게 공급해 주라고 권한 바 있다. 영어에 대한 노출 기회 확대가 영어교육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영어교육 환경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달리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젊고 유능한 교사진을 확보하고 교육정보화를 통해 각 교실에 첨단 멀티미디어 매체를 구비하는 등 인프라는 구축되었다. 여기에 원어민 교사의 보강, 효율적인 교사 재교육, 교사 해외 연수 추진 등 행정·재정적 지원이 좀 더 확대된다면 영어교육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아울러 영어 조기 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은 근거 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공교육에서 바른 국가관을 교육하고 있는 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자부한다. 용곡초교에서 시범학교를 운영해 본 결과 학부모들은 학교의 영어교육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구태여 영어 사교육비를 지출하려 하지 않았다.

뜬구름 잡기 식의 찬반 논쟁을 떠나서 매년 수조 원을 영어를 위해 사교육비로, 해외 어학 연수비로, 조기 유학비로 쏟아 붓는 현실을 직시하면 교육부의 발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 엄청난 비용을 줄이는 해답은 바로 공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초등학교의 영어 조기 교육은 중요하다.

초등학교의 영어교육은 일찍부터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고 영어 친화적인 학교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가능하다. 우리의 학교들은 이제 세계무대에서 영어를 자신 있게 구사하며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세계 시민을 기를 요람으로서의 여건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김항중 천안용곡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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