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채창균]따로 노는 대학과 기업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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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 교육의 질이 너무 미흡하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우리나라 대학 교육 실태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이런 현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대학이 길러 주는 능력 간의 괴리가 컸다. 또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직업기초능력이 175점 만점에 118점으로 선진 12개국 가운데 11위였으며, 직업기초능력과 기업이 요구하는 업무 능력 사이의 괴리도도 22.4점으로 일본(28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이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을 채용해 업무를 맡길 수 있게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입에서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걸 보면 갓 졸업한 대학생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고 대학생들도 그냥 학교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자신의 취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교 밖에서 학원 수강 등 사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대학은 그저 통과의례일 뿐이며 기업은 기업대로, 대학생은 대학생대로 직업능력을 길러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대학 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체 대학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우선 대학이 학문지상주의에 머무르기보다 재학생의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에 치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대학이 재학생의 직업능력 배양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교육을 강조할수록 그 대학 졸업생의 취업 성과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대 수업이 책 속의 전공지식을 전수하는 차원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덴마크의 올보르대에서처럼 주변 기업의 산재한 문제를 소재로 삼아 수업시간에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는 학문지향적인 대학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모든 대학이 이 방향을 추구해선 곤란하다. 세계 100위권 대학 리스트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리고 있는 미국에서도 박사과정까지 개설하고 있는 연구중심 대학은 전체 대학의 20%에 미치지 못한다.

이제는 졸업생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학들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등록금만 내고 시간만 지나면 누구나 졸업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프랑스 등에서와 같이 대학 스스로건, 아니면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스템을 통해서건 간에 대학 4년 동안 받은 교육이 평가돼야 한다. 평가를 통과해야만 졸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쉬운 시스템이 아니라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려운 방향으로 가야 한다. 평가과정에 기업 등 수요자를 적절히 참여시킨다면 대학 교육도 자연스럽게 현장감 있는 실질적 내용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런 노력들은 대학의 구조조정과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직업능력을 잘 길러서 학생을 사회에 내보내더라도 그 전공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다면 노력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독문과가 독일 대학들의 국문과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사실과 다른 우스개에 불과하지만 이런 얘기가 돌아다니는 건 난감한 일이 아닐까.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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