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수능부정행위 엄벌’ 올 시행 물건너가나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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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상 초유의 첨단 부정행위가 대규모로 적발돼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사건 뒤 교육인적자원부는 부랴부랴 수능 부정행위방지종합대책을 세우겠다고 2월과 3월 두 차례 발표했다.

5월 말에는 부정행위자의 그해 수능 성적만 무효 처리하던 규정을 바꿔 2명 이상의 공동 부정행위자는 수능 성적 무효 처리와 함께 1년간, 2회 이상 부정행위자는 2년간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3단계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8월 말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11월 23일 수능에는 적용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부정행위를 뿌리 뽑겠다던 교육 당국의 발표는 ‘엄포용’으로 끝날 수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부정행위 방지 대책뿐 아니라 대학정보공시제, 고등교육평가원, 산학협력전담요원 확보 등 여러 안건도 포함해 일괄 처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회 일정이 복잡한 데다 안건별로 심사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다른 의원들이 부정행위 방지 관련 아이디어를 쏟아 내는 바람에 처리가 늦어졌으나 어쨌든 잘못”이라며 “여야 의견차가 없어 11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해 이번 수능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간사인 이군현(李君賢) 의원실은 “교육부가 인적자원개발본부 고등교육평가원 신설 등 자리를 늘리는 법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요청은 많이 했어도 부정행위 방지 법안 처리를 빨리 해 달라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바짝 서두르지 않은 교육부나 법안 처리에 안일했던 국회 모두 수험생의 고통을 얼마나 염두에 뒀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수험생 59만여 명이 응시하는 수능은 초중고교 12년간 밤잠을 설쳐 가며 쌓은 실력을 평가받는 국가시험이다. 그래서 그 어느 시험보다 공정해야 하고 털끝만큼의 부정행위가 있어서도 안 된다. 늦었지만 국회는 이제라도 법안 처리를 서둘러 주길 바란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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