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뗀 昌, 어디로…창사랑 "대선후보로 모실것"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코멘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빈소를 찾아 모친상을 당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조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빈소를 찾아 모친상을 당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조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과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는 것일까.

이 전 총재가 2년 10개월의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외부 활동을 재개하자 정치권에서 그의 정계 복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24일에는 이 전 총재의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 대표인 백승홍(白承弘) 전 의원이 이 전 총재의 차기 대선 출마를 공개 언명하며 정계 복귀 논란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창사랑, “대선에 나서라”=백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총재의) 킹메이커 역할은 원치 않는다. 바로 대선에 나서라는 것이 창사랑의 요구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이라도 불사하고 끝까지 대선후보로 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창사랑은 이미 5월 대구에서 전국대회를 갖고 결속력을 확인한 데 이어 8월 대전에서 5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회창 명예회복 촉구 대전대회’를 가졌다. 정계 복귀 촉구 서명운동에도 돌입했다.

▽거자필반(去者必返)?=이 전 총재 측은 백 대표의 발언이 이 전 총재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재는 10·26 재선거의 한나라당 유승민(劉承旼) 후보 격려 차 23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백 대표가 “총재님, 저희는 저희 뜻대로 갈 겁니다”라고 하자 “허허 저 사람, 저렇게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는 것. 이 전 총재가 백 대표에게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의 최근 행보는 비정치적인 것으로만 보기에는 예사롭지 않은 면이 있다. 14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참석, 18일 강정구(姜禎求) 사태에 대한 보수원로들의 시국선언 서명 참여 등에 이어 ‘정치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대구 재선거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대구에서 지지자들이 ‘건강해 보인다. 연세도 많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인사를 건네자 “원래 많이 안 먹었습니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1935년생이다.

대선 패배 후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른 터라 명예회복을 하고 싶은 ‘인지상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DJ 전철을 밟을까=이 전 총재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비정치적 활동만 재개 △정계복귀 후 킹메이커 역할 △직접 대선 출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측근은 “정계 복귀는 전혀 검토해 본 일이 없지만 국가를 위해 뭔가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권유가 워낙 많아 어떻게 할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 전 총재가 미국의 한 재단의 도움을 받아 탈북자 자녀를 돕는 장학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순수한 민간사업이라는 것이나 관련 기구가 실제 발족하게 되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 산실이었던 아태평화재단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성급한 관측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전반적인 기류는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전 총재의 핵심 측근이었던 한 의원은 “이 전 총재를 통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는 인사들이 이 전 총재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상식적이지 않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모친상 조문객 북적… 정치관련 대화는 안나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4일 모친상을 당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이날 여야 대선 주자들을 포함해 정계와 법조계, 종교계 인사 및 사회 원로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 총재의 모친 김사순(金四純·95) 여사는 지난 주말 노환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아 오다 이날 0시 15분경 별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이 전 총재를 위로했다. 이어 이해찬 국무총리와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 등이 조문을 왔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총재에게 “안주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갈등을 빚었던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이날 저녁 늦게 빈소를 방문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조의를 표시했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 및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등도 오전에 조화를 보냈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에서는 국회의원 70여 명이 이날 빈소를 찾았으며 열린우리당에선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과 채수찬(蔡秀燦) 의원이 조문했다.

한편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날 선 논쟁’을 벌였던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이 이날 저녁 늦게 조문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과 ‘소폭(소주 폭탄주)’을 마셔 눈길을 끌었다.

천 장관은 조문 직후 접객실에서 박희태(朴熺太) 국회부의장, 이 서울시장, 맹형규(孟亨奎)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김무성(金武星)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과 자리를 함께했고, 박 부의장의 권유로 ‘소폭’을 마셨다.

이 전 총재는 조문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을 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형 회정(會正) 씨와 동생 회성(會晟) 씨, 이 전 총재의 아들인 정연(正淵), 수연(秀淵) 씨가 함께 빈소를 지켰다.

발인은 26일 오전 7시이며 같은 날 오전 9시에 고인이 다니던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영결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장지는 충남 예산군 신양면의 선산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