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명 아이디어 제대로 보상해달라”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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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들이 회사 업무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의 대가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옛 현대전자의 연구원 8명이 팬택앤큐리텔을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직무발명 보상 제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 로열티 수입 40% vs 5%

본보 취재 결과 옛 현대전자에서 일하던 연구원 8명이 올해 4월 팬택앤큐리텔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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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들이 현대전자에 근무하던 1996∼99년에 개발한 동영상 압축기술(MPEG4) 특허로 팬택이 얻은 로열티 수입 중 일부를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팬택은 현대전자에서 분사(分社)한 현대큐리텔을 2001년 인수해 회사명을 팬택앤큐리텔로 바꿨다.

연구원들은 팬택앤큐리텔이 2004년 로열티 수입 8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9억 원)의 40%인 3억60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2005년 이후에도 계속 수입의 40%를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 측은 도의적 차원에서 5%(4500만 원)를 지급하고 앞으로도 5%를 적용하되, 로열티 수입이 아무리 늘어나도 1인당 보상액을 연간 최고 3억 원으로 제한하겠다고 맞섰다.

이 소송의 첫 공판은 지난달 말 열렸고 11월 초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 기술개발 성과 늘면서 소송도 증가

올해 4월에는 LG전자 전직 연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DVD플레이어 기술 특허’ 관련 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본보 4월 20일자 A4면 보도

직무발명을 둘러싼 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투자해 온 기술 개발 성과가 나타나면서 이익을 나눠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차세대 조명’으로 꼽히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자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51) 미국 샌타바버라대 교수의 소송이 유명하다.

그는 올해 초 일본 도쿄(東京)고등법원이 자신의 청색 LED 개발 기여도를 5%만 인정해 1심의 200억 엔(약 2000억 원) 보상 판결을 깨고 6억 엔(약 60억 원)만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기술의 가치를 프로야구 선수 연봉 정도로 생각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면서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 적절한 보상의 수준은?

국내에서는 종업원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얻은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 특허청이 최근 2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19%만이 직무발명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로열티 수입보다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금액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선진국 수준의 직무발명 보상을 해 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술자들은 적절한 보상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반박한다.

최근 개정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발명진흥법은 기업과 기술자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노동조합을 포함한 종업원 대표가 회사와 직무발명 협약을 맺고 구체적인 보상기준을 만드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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