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진해항은 밤마다 ‘전어 전쟁’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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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항 앞 해군기지구역에서 밤마다 ‘전어(錢魚)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장기간 해군과 마찰을 빚어온 어민들이 동료 선원의 구속에 항의해 경비정에 투석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태=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통영해경은 20일 “해군기지법상 허가 없이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통제보호구역’에 침입해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제보호구역을 표시하는 방책선을 뚫고 침입해 주로 전어를 잡는다.

해군 관계자는 “10척 이상이 한꺼번에 통제보호구역 안으로 들어와 조업을 할 때도 있다”며 “경비정이 단속을 벌이지만 상당수가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 통제보호구역에서 조업하다 적발된 건수는 2002년 149건이던 것이 지난해는 733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1150여 건에 이른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이 가운데 10회 이상 상습적으로 불법조업을 한 선주 등 5명을 18일 구속 기소했다.

특히 19일 오후 7시20분경에는 창원선적 어선이 단속에 나선 해군 경비정에 돌을 던져 조타실 유리가 부서지고 군인 2명이 부상하는 사태로 번졌다. 또 경비정을 피해 달아나던 어선이 전복돼 선원 8명이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됐다. 해군은 이들을 군용선박 손괴와 초병특수 상해 혐의로 조사해 해경에 넘기기로 했다.

▽원인=불법조업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통제보호구역의 풍부한 어자원 때문이다.

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는 김모(46) 씨는 “이 지역 어민들은 수 십 년 전부터 처벌을 감수하면서 불법조업을 해왔다”며 “그나마 타산을 맞출 정도로 고기가 잡히는 곳은 통제구역 뿐”이라고 말했다. ‘가을 전어’가 인기를 끌면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여기에다 하룻밤 전어 잡이로 1000만 원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해군기지법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돼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벌금은 50∼200만 원이 부과된다.

어민들은 “통제구역 내에서 일정기간 조업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해군과 협의를 벌였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군 측은 “군사시설 보호와 작전상 조업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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