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제청 배경]법원 주류-비주류-재야서 1명씩 선택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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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은 법원 내부 여론과 대법원 구성 다양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고루 안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법관 후보들이 모두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지난해 8월 임명된 김영란(金英蘭·사법시험 20회) 대법관을 비롯해 1980년대 이후 판사로 임관한 사시 20회 이후 출신 법관들이 대법관 13명 중 3명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이들 ‘젊은’ 대법관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1+1+1’=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법원 내부의 정통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재야 법조계에서 한 명씩 골고루 선택됐다는 점.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은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사법부의 전통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스스로를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로서 낮은 사람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는 뜻에서 ‘중도저파(中道低派)’라고 말한다.

김지형 부장판사는 비(非)서울대 출신 몫으로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 현재 전체 법관 가운데 비서울대 출신 법관의 비율은 약 40%.

그러나 현 대법관 중 유일한 비서울대 출신인 배기원(裵淇源) 대법관마저 11월 퇴임할 예정이어서 비서울대 출신 대법관 ‘공백’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 9명 가운데 비서울대 출신은 손용근(孫容根·사시 17회) 법원도서관장과 김 부장판사 두 명뿐이었다. 이들 중 손 관장은 이 대법원장 및 김 차장과 출신 고교(광주일고)가 같아 김 차장이 후보에 오르면서 손 관장은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환 변호사는 일찌감치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개혁 성향의 후보로 꼽혀 왔다. 박 변호사는 특히 평판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시국·공안 사건 등에서 법원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 사법개혁을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의미 있다”부터 “허탈하다”까지=이번 인선은 법원 내 관료주의를 부추기는 문제로 지적돼 온 기수와 서열 중심의 인사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대법관 구성이 다양해져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 변신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시 14회인 김 차장에서 21회인 김 부장판사와 박 변호사로 건너 뛰어 중간 공백이 크다는 점에서 허탈해하는 법관도 적지 않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중견 법관은 “사법개혁도 중요하지만 인사에는 조직의 안정성도 고려돼야 한다”며 “후배들을 대법관으로 두게 된 선배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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